긴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가장 유능한 평가를 받는 단장은 브랜치 리키이다. 선수로서는 한 경기에 도루 12개를 내주기도 하는 형편없는 포수였고 감독으로서도 그의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정도로 그가 야구에 공을 세운 분야는 단장으로서였다. 최초로 흑인 선수를 메이저리그에 뛰게 했으며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선수를 양성했다.
무려 3개 팀에서 단장을 지낸 그는 상설 전지 훈련장을 처음으로 건설했고 요즘은 상식이 된 피칭 머신이나 헬멧, 타격 연습용 그물망의 사용을 적극 권장했다.
최근 세이버메트릭스가 대유행이고 이것의 창안자가 야구통계를 처음으로 대중화했으며 현재 보스턴 레드삭스의 단장 고문으로 있는 빌 제임스로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앨런 로스를 고용해 통계 분석을 맡겼고 출루율이 타율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실제로 구단 운영에 반영한 사람도 리키이다. 한 마디로 현대 야구에서의 구단 단장이 해야 할 모델을 정립시킨 인물이다.
현대 야구에서 단장으로 유명한 인물은 머니 볼의 주인공 빌리 빈을 들기도 하지만 정말 보수적인 야구계를 놀라게 한 사람은 보스턴의 단장 테오 엡스타인이다.
그가 단장이 된 2002년 그의 나이는 불과 28세. 브랜치 리키나 빌리 빈은 메이저리그에서는 별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어릴 때는 유망주 소리를 들으며 메이저리그에 스카우트되었다. 그런데 엡스타인은 메이저리그는커녕 동네 야구에서도 후보 신세일 정도로 야구 실력은 내세울 게 없었다. 그러나 2004년 보스턴에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선사한 데 이어 2007년에도 우승을 거머쥐며 야구계를 경악시켰다.
빈, 엡스타인을 비롯해 텍사스 레인저스의 존 대니엘,LA 다저스의 폴 데포데스타 등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단장들, 또 차세대 단장 후보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이 현재 다저스의 여성 부단장 킴 앤지라는 사실을 보면 과연 단장의 자격 조건으로 뭐가 가장 중요한지를 되묻게 된다.
과거 단장들의 경력을 보면 잘하지는 못했더라도 메이저리그 경력이나 최소한 상위 라운드 지명은 받을 정도의 야구 실력이 있어야 하고 감독, 코치 또는 스카우트나 구단 운영부장 등의 경력이 필수적이었다. 물론 요즘 신세대 단장들도 프런트 경험을 거치기는 하지만 하버드나 예일 등의 명문대 출신에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이용해 얻는 통계 실력이 바탕이 된다.
한국도 제도상으로는 단장이 선수단 운영을 전담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대체로 감독의 카리스마에 눌려 지내기 쉽고 그 이유로 선수 생활 경험이 없다는 점을 든다. 메이저리그는 선수 경력의 유무가 아무 지장을 주지 않지만 동양적인 정서에서는 다르게 마련이다. 제 8구단은 단장의 야구를 추구한다고 선언했는데 어떤 식으로 단장의 야구가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cobb76@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