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꿈꾸는 美 할머니 궁사

올림픽 꿈꾸는 美 할머니 궁사

입력 2007-11-08 00:00
수정 2007-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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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미국올림픽총회(USOA). 총회에 참석한 한 선수가 유독 눈에 띄었다. 나이 지긋한 64세 할머니가 내년 베이징올림픽 미국 대표로 나서기 위해 열심히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면 쉬 믿기지 않을 것이다.

하와이주 오아후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하다 은퇴한 필리스 십먼 할머니가 지난달 1차 대표선발전에서 38명 가운데 14위로 통과, 내년 4월과 5월 열리는 대표 최종 선발전에 나간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그는 하체 근력을 키워 스탠스를 안정시키기 위해 집 근처 선셋 해변의 백사장을 걷는 한편, 집 마당에 있는 오렌지나무에 과녁을 매달고 한발씩 쏘고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처음 양궁과 인연을 맺은 것은 펜실베이니아대학 시절.1964년과 이듬해 올아메리칸 대표로 선발됐지만 졸업하면서 활을 손에서 놓았다.

하와이로 옮겨 교직에 투신했고 결혼해 아이도 둘 낳았다.‘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바빴던’ 그가 다시 운명처럼 양궁과 마주친 것은 1997년 마우이의 스포츠용품점에 들렀을 때. 정년퇴직을 눈앞에 둔 시점에 취미로 다시 활을 잡은 그는 주말마다 양궁장을 찾았다.

오랜만에 잡아본 활이라 남자들이 자세를 교정해 주곤 했지만 몇개월 안 돼 클럽에서 첫 손 꼽히는 궁사가 됐다.

양궁의 매력에 푹 빠지면서 이혼의 아픔도 겪었지만 여러 국제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몇 차례 우승도 하면서 국내 랭킹 10위권에 진입했다. 그러나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2003년 선발전에서 7위에 그쳐 티켓을 놓쳤다. 그 뒤 4년간 십먼은 매일 4시간씩 18㎏짜리 활과 씨름했다.

그보다 나이 많은 현역 선수도 있다. 브래들리 캠프 미국양궁협회 이사는 “올해 전국대회에선 88세 출전자도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십먼의 활쏘는 모습을 보면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치인 MJ 로저스는 “관절의 유연성을 위해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지만 장점도 많다. 젊은 선수보다 침착하고 안정돼 있다.”며 “무엇보다 그는 즐기고 있다. 잡념도 없고 걱정도 없다.”고 칭찬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생은 남편과 아이들, 학교를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며 “인생이란 어떤 길에 이르게 될지 모르는 법”이라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arakis.blog.seoul.co.kr

2007-11-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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