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의 활약이 반가운 건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들이 두드리는 K-리그 득점경쟁에 거의 유일하게 그가 가세해 토종의 골 욕심을 맘껏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의 세계화 시대에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라고 해서 일부러 시큰둥할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득점 순위 다툼에 이근호라는 이름이 올라온 건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또 이근호의 활약이 변병주 감독의 안목과 전폭적인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이근호는 부평고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2003년 백운기전국대회에선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기대주였다. 졸업 후 인천에 입단했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려 2군리그로 내려갔다. 거기서 MVP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그쯤에서 멈출 실력은 아니었다. 그의 장래성을 확인한 변병주 감독은 “스피드와 체력은 물론 드리블과 돌파력, 슈팅력 등이 뛰어나서 격렬하게 공격이 진행될 때 더욱 빛을 내는 선수”라고 평가한다.
울산의 이천수가 그렇듯 이런 유형의 공격 기질을 가진 선수들은 투톱, 섀도 스트라이커, 윙 포워드 등 미드필드 전방의 어느 포지션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가 있는데 지금 이근호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내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젊은 선수들의 신선한 조합을 실험하고 있는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이 이런 공격 성향의 이근호를 놓칠 리도 만무한 일. 지금 그는 대구의 공격 선두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양동현(울산) 이승현(부산) 한동원(성남)과 함께 올림픽 본선행의 견인차로 뛰고 있다. 지난 3월28일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에서 그는 전반 33분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 한 방으로 한동원의 선제 결승골을 이끌어냈다. 변 감독의 평가대로 이근호는 골과 도움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는 전천후 공격수로 성장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외국인 선수들이 이끌고 있는 골 행진에 당당히 가담하고 있다는 점, 약체로 불리는 대구 화력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 그리고 양동현과 이승현·한동원·백지훈·박주영 등 한국축구의 다음 세대 공격수 대열에 당당히 합류해 서로 자극하며 성장해가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는 점. 이 모든 점들이 이근호를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