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습격했다 흉기 빼앗기고 재차 범행…살인미수 혐의 기소
전관예우 때문에 형사사건에서 피해를 봤다며 고검장 출신 변호사를 습격한 건설업자가 재판에 넘겨졌다.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철희 부장검사)는 살인미수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폭행 등 혐의를 적용해 이모(63)씨를 구속기소하고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17일 0시께 박영수 변호사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 휴게실에서 칼날 길이 7㎝짜리 공업용 커터를 휘둘러 박 변호사를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자신이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한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자 정씨를 변호한 박 변호사를 해치려 했다. 이씨는 ‘수사 관계자에게 전화했지만 소용 없다고 해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는 박 변호사의 말을 듣고 전화통화 자체가 전관예우라고 생각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박 변호사는 목에 길이 15㎝, 깊이 2∼3㎝가량의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다.
이씨가 이보다 2시간 앞서 박 변호사를 습격했다가 실패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이씨는 공업용 커터와 별도로 칼날이 자동으로 펴지는 칼날 길이 9㎝짜리 비출식 나이프도 준비했다. 전날 오후 9시30분께 사무실에서 나오는 박 변호사의 목을 조르고 배를 찌르려다가 수행비서에게 나이프를 빼앗겼다. 이씨는 이후 2시간 동안 박 변호사와 사건 얘기를 하다가 재차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가 갖고 있던 비출식 나이프는 경찰의 허가 없이 소지가 금지돼 있다. 검찰은 이씨에게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이씨가 억울하게 피해를 보았다는 생각에 집착하는 등 재범의 우려가 있다며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씨는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검사에서 “충동적이고 행동통제력과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하다”, “자존감이 과도하고 무책임하다” 등의 평가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