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판결문, 결론 위주로 짧고 쉽게 쓴다

난해한 판결문, 결론 위주로 짧고 쉽게 쓴다

입력 2014-04-13 00:00
업데이트 2014-04-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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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형사판결부터 적용…판사 설문 “남들 눈 의식해 길게 써”

“’낮에는 재판, 밤에는 판결’ 관행은 이제 그만…”

난해하고 장황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법원 판결문이 짧고 알기 쉽게 바뀐다.

대법원은 형사재판 판결문의 분량을 적정한 선으로 줄이는 방안을 마련, 내달 중 예규를 만들어 시행할 방침이라고 13일 밝혔다.

유죄 판결을 할 때 원칙적으로 장황하게 유죄의 이유를 쓰지 않고, 결론 위주로 간단히 작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유죄 이유를 분명히 써야 할 사건과 쓰지 않아도 되는 사건을 구분하자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모든 사건에서 불필요하게 긴 판결을 쓸 필요가 없고 유죄 이유를 확실히 밝혀야 할 소수 사건에 한해 기재하자는 취지다.

이제까지는 판결문에 검찰의 공소 사실을 그대로 적고 각 사실별로 쟁점에 대한 판단을 장황하게 나열해 흡사 학위논문처럼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사례도 많았다.

대법원은 각 지방법원의 1심 형사사건 판결문부터 ‘적정화’ 방안을 시행하고 추후 상급심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이 청구된 사건 등 경미한 사건의 경우 전형적인 공판과 성격이 달라 별도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다만 판결문이 상급심에 대해선 하급심 진행 경과를 보고하는 기능이 있고, 당사자 설득의 기능도 있으므로 보완책도 도입한다.

상급심의 원활한 하급심 내용 파악을 위해 공판조서 활용을 늘릴 방침이다.

당사자에게는 ‘설득은 법정에서, 판결은 간이하게’라는 이념에 따라 충분한 심리를 통해 사건 전모를 이해하도록 설득하기로 했다.

한편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전국 형사법관 3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업무에서 판결문 작성 비중이 40%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67.5%에 달했다.

판결문 적정화를 위해 시급히 해결할 사항(복수응답)을 묻자 ‘판결서 분량이 적어질 경우 불성실한 것으로 비춰진다는 인식의 변화’(247건)가 가장 많았다.

이어 ‘상급심에 대한 보고적 기능에 있어 지나친 부담감 버리기’(229건), ‘판결문을 근거로 하급심 판사를 평가하는 상급심 판사의 인식 변화’(227건)가 손꼽혔다.

이처럼 선배 법관, 재판 당사자의 평가·인식을 염려해 판결문을 일단 길게 쓰고 보자는 생각이 전체 응답(1천36건)의 67.9%에 달했다.

’판결문 적정화’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7.4%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 사건이 갈수록 어렵고 복잡해지면서 업무 부담도 과중해지고 있다”며 “판사의 자기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판결문을 쓴다는 생각으로 필요한 한도에서만 간결하게 작성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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