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심판 사건에 영향 불가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는 “RO는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수령관에 기초한 지휘통솔체계를 갖추고 활동하는 비밀결사 조직”이라며 RO의 실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지난해 5월 RO모임은 130여명의 조직원들의 집단적 일체감에 의한 내란 실행의 모의 과정”이라면서 “내란 모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존립과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실질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했다”며 RO 활동에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사실상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 핵심 세력들이 북의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내란 음모를 꾀했다”며 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와 함께 활동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진보당이 이 의원이 속한 RO에 사실상 종속돼 있으며 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배하는 반국가적 활동을 해 왔다’라는 게 법무부가 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본 핵심 근거다.
그동안 변론에서 진보당 측은 이에 대해 “내부 협조자의 신빙성 낮은 진술과 그의 불명확한 녹취록 외에 변변한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당해산 심판 청구의 발단이 된 RO사건은 재판에서도 실체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또 ‘RO 관련 수사·재판 기록 송부’에 대해서도 “재판을 통해 확정되지 않은 사실 및 증거를 정당 해산 심판의 근거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법원이 RO의 실체와 위헌성을 인정함에 따라 양측은 ‘진보당과 RO 사이의 연관성’을 놓고 법정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법무부는 그간 주장해 온 것처럼 ‘내란 음모를 위한 단체가 RO이고, RO 구성원이 진보당 주류세력’이라는 기존 논리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점식 법무부 위헌정당 태스크포스 팀장은 “진보당도 재판에서 지난 5월 RO 모임이 경기도당 차원의 행사였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반면 진보당 측은 RO와의 관계에 대해 명확히 선을 긋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당은 그간 변론에서도 RO 활동의 위헌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개인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수원지법이 이날 판결에서 RO와 진보당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18일 열리는 두 번째 공개변론에서는 RO를 진보당과 동일시할 수 있는지, 이 의원의 개인활동으로 볼 것인지 등을 두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4-02-18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