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함평양민학살사건’ 국가배상 엇갈린 판결

대법, ‘함평양민학살사건’ 국가배상 엇갈린 판결

입력 2013-07-23 00:00
수정 2013-07-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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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당시 국군과 경찰이 무고한 주민들을 학살하고 가옥을 불태운 ‘함평양민학살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놨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상 피해자로 명확히 확인됐다면 국가에 배상 의무가 있지만 보고서 내용에 모순이 있거나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경우 보고서 내용만 믿고 국가배상을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함평양민학살사건’ 피해자 유족인 정모(64)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보고서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면서도 “개별 희생자에 대한 판단 내용에 모순이 있거나 유족이나 참고인의 진술 등이 구체성이나 증명력이 부족할 경우 증거조사를 통해 진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정씨의 부친이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고 추정하기 어렵고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도 망인을 희생자로 추정하는 결정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관련 증거조사를 거쳐 조사보고서 기재내용을 확인했어야 한다”면서 “이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함평지역에서 의경으로 근무하던 정씨 부친은 1950년 음력 5월 말께 경찰에 연행됐다가 8월께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 국군과 경찰은 인민군에 점령됐다가 수복한 함평지역에서 공비토벌을 목적으로 무고한 주민들을 학살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현장조사와 참고인 진술 등을 근거로 정씨 부친이 민간인 희생자로 추정됐다는 결정을 내렸고 정씨는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1심은 정씨 청구를 받아들여 3억9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2심은 배상금액만 1억7천만원으로 낮췄으나 대법원은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또다른 정모(71)씨 등 3명이 같은 취지로 낸 소송에서는 상고를 기각하고 “국가는 7천7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정씨 등의 부친을 함평지역 민간인 희생사건의 피해자로 확인했고 이에 원심은 국가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조사보고서에서 인정한 자료를 증거삼아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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