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힘들게 일해서 된 사무관… 연수 간다고 좋아했는데”

“수십년 힘들게 일해서 된 사무관… 연수 간다고 좋아했는데”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5-07-02 00:10
수정 2015-07-02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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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버스 참사에 넋 잃은 가족들

“사고 난 지 7시간이 지났는데도 사고대책본부로부터 전화 한 통 없는 게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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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연자실
망연자실 1일 중국에서 일어난 버스 추락 사고 소식을 듣고 전북 완주 지방행정연수원에 온 한 가족이 걱정에 휩싸여 침통해하고 있다.
완주 연합뉴스
1일 중국 지린성 지안시에서 발생한 지방공무원의 버스 추락사고 수습대책본부를 마련한 전북 완주군 지방행정연수원 1층의 가족대기실에서 가족들은 대책본부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가족 일부는 넋을 놓은 것처럼 힘없이 앉아 있었다.

사망자 가족과 지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사고로 사망한 광주시청 김모(55) 사무관의 부인은 소식을 듣고 말을 잇지 못했다고 주변 지인들이 밝혔다. 그저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싶은 듯 찾아온 남편의 동료들을 쳐다보기만 했다.

광주시청 5급 사무관 3명이 이번 연수에 참여했고, 김 사무관 홀로 유명을 달리했다. 평소 성실하고 주변 사람의 업무까지 도맡아 하던 김 사무관의 소식에 주변이 숙연해졌다.

역시 사망한 경기 남양주시청의 김모(54) 사무관은 자원순환과장을 하다가 인사과장으로 최근 발령이 났다. 쾌활하고 밝은 성격으로 부서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직원들을 말했다. 또 그는 올해 1월 문화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아 향후 구정에 적용하겠다며 포부에 차 있었다고 전했다. 36살에 뒤늦게 대학에 진학한 그는 20년간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주변의 인정을 받았다.

한 공무원은 “문화관광분야에서 시를 반석에 올려놓을 정도로 공이 컸는데 너무 슬프다”면서 “특히 언변이 좋아 시청 행사의 사회를 도맡았는데 그 모습이 계속 떠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 기업에 대해 수익성이 너무 낮아 해결책을 찾고 싶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유명을 달리한 제주도청 조모(54) 사무관은 농업전문가로 도청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1981년 공직생활을 시작해 2011년 사무관으로 승진했고 농업경영담당, 애월읍장 등을 했다. 제주에서는 조 사무관 외에 2명이 더 연수에 참여했고 다른 이들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 관계자는 조 사무관의 가족들과 중국 심양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한 동료는 “조 사무관은 평소 온화한 인품으로 늘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또 2013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어업인 자녀 교통비 지원 시책 도입을 추진해 농어촌 농가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한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수십년간 힘들게 근무해 사무관이라는 직함을 얻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사망하다니 믿기지가 않는다”면서 “최근에 조금 일이 바빠 못 본 것이 너무 후회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춘천시청 이모(55) 사무관은 차분하고 꼼꼼한 업무스타일로 유명했다. 소양동장, 문화체육과장을 거쳐 현재 도시계획과장으로 재직해왔다. 시의회 관계자는 “그간 앞만 보고 열심히 일만 해 온 사람이 오랜만에 교육을 계기로 해외여행까지 하게 됐다고 좋아했는데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사람 좋기로 정평이 났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안타깝기만 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숨진 경북도청 정모(51) 사무관은 지난 31년간 공직생활을 모범적으로 수행했고 국무총리상 등 5차례에 걸쳐 유공 및 모범 공무원상을 수상했다. 평소 업무에 출중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해 다른 공무원들의 귀감이 됐다. 특히 4대강 살리기 사업 당시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매달려 주위에서 열정을 인정받기도 했다.

경기 고양시 한모(54) 사무관은 장기교육 중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르스 관련 대처 요령 등을 올리며 업무를 떠나지 않았다. 청소년 육성팀장을 할 때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위기 청소년들을 편견 없이 대해 ‘삼촌 같은 공무원’으로 불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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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종합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5-07-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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