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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캠핑장 화재] 중학교 동창 두 가장… “둘도 없는 자상한 아빠였는데”

[강화 캠핑장 화재] 중학교 동창 두 가장… “둘도 없는 자상한 아빠였는데”

오세진 기자
입력 2015-03-22 23:52
업데이트 2015-03-23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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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구한 옆 텐트 의인 박흥씨 “샤워장 물 받아 진화 안타까워”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이날 새벽 인천 강화군 캠핑장 화재로 아들 이모(37)씨와 첫째(11)·셋째(6) 손자를 한꺼번에 잃은 이씨 아버지(67)는 둘째 손자(7)가 입원한 병원에서 넋을 잃은 듯 멍하니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었다.

휴대전화에는 운동화·기린 등 숨진 첫째 손자가 연필로 그린 그림을 찍은 사진이 가득했다. “손자가 ‘할아버지, 그림 그려 줄게’ 하면서 그린 그림이에요. 불과 몇 달 전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내 앞에서 그린 그림인데….” 이씨 아버지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화재로 숨진 이씨와 천모(36)씨는 중학교 동창 사이로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같이 살면서 어릴 때부터 둘도 없는 친구로 지냈다. 두 가족은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전국의 맛집과 여행지를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아버지는 “원래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려다가 일요일에 함께 교회를 가야 돼 강화로 캠핑을 갔다고 들었다. 캠핑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기독교 신자인 천씨의 권유로 이씨는 지난해부터 함께 교회에 다녔다. 이비인후과 의사인 천씨는 평소 이씨 아이들이 감기를 앓을 때마다 약을 처방하고 주사도 직접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아버지는 “서로 챙겨 주고 다독여 준 둘도 없는 친구”라고 전했다.

가족과 지인들은 이씨에 대해 “아이들에게 둘도 없는 자상한 아빠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 어머니는 “세 아들을 데리고 틈날 때마다 목욕탕, 미용실에 다니는 것은 물론 아침에 직접 밥을 지어 먹여 학교에 보낼 만큼 끔찍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씨는 한복 가게를 운영했다. 양손과 오른쪽 발, 얼굴 등에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은 이씨 둘째 아들은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관계자는 “2~3일간 상태를 지켜본 뒤 추가적인 치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씨의 둘째 아들을 구한 사람은 전날 자녀들과 캠핑장에 놀러 온 박흥(42)씨였다. 박씨는 “이씨 텐트랑 불과 1m 떨어진 곳에 있었다”며 “아내랑 통화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비명이 들려 (텐트 밖으로) 나와 보니 불이 나고 있었다. 우리 애들을 급히 대피시키고 옆 텐트 문을 열고 들어가 입구 쪽에서 울고 있던 아이를 안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텐트로 다시 돌아와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작동이 안 돼 소방관들이 오기 전까지 샤워장에 있는 물을 받아 껐다”며 안타까워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5-03-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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