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장애·이혼·고립” 벼랑 끝에 섰던 엄마…깊은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이유

[영상] “장애·이혼·고립” 벼랑 끝에 섰던 엄마…깊은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이유

김종선 기자
입력 2025-05-21 18:00
수정 2025-05-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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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고립 경험자가 치유활동가로 변신”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이인숙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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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마음편의점에서 치유활동가 이인숙씨가 서울신문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5.5.14 임승범 기자
서울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마음편의점에서 치유활동가 이인숙씨가 서울신문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5.5.14 임승범 기자


“아무것도 하기 싫고, 먹기도 싫고, 움직이기도 싫고, 그냥 내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한동안 늪에 빠졌다는 느낌이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제 옆에 두 애들이 있더라고요.”

이인숙(55)씨는 2개월차 편의점 직원이다. 이씨가 ‘서울 마음편의점’에서 거래하는 것은 물건이 아닌 마음이다. 이 편의점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서울시민 누구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신문은 14일 치유활동가 이인숙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씨는 스스로 깊은 고립의 시간을 견딘 뒤, 이제는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그는 2014년 성격 차이로 이혼한 뒤 2년간 깊은 고립감에 빠졌다.

당시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쳐 하루하루를 견디기 조차 힘들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두 자녀의 눈빛이 ‘이렇게 무너지면 안 되겠다’는 강한 책임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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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타고 농구를 즐기고 있는 이인숙씨의 모습. 이씨는 농구가 고립 생활에서 벗어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인숙씨 제공
휠체어를 타고 농구를 즐기고 있는 이인숙씨의 모습. 이씨는 농구가 고립 생활에서 벗어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인숙씨 제공


이씨는 초등학교 동창이 건넨 생활비 카드를 토대로 품앗이 일거리를 구하며 조금씩 자립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던 이씨가 집에서 나와 처음 시작한 것은 운동이다. 다리 장애를 지닌 그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농구를 시작했다.

이씨는 “장애인들에게 체육시간은 참여가 아니라 관람의 시간이었는데, 휠체어를 밀기도 힘든데 거기에다 공을 갖고 움직이는 제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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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씨가 환하게 웃으며 마음편의점을 찾아온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05.14 김용덕 인턴기자
이인숙씨가 환하게 웃으며 마음편의점을 찾아온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05.14 김용덕 인턴기자


농구를 통해 희망을 되찾고 무기력을 벗어난 이씨의 다음 선택은 공부였다. 사이버대학교에 들어가서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고립 경험을 활용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자신의) 고립 경험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치유활동가로 일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서울시복지재단의 고립 치유활동가 교육을 수료한 뒤 서울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 파견돼 근무 중이다.

치유활동가는 매주 수요일 오전, 이용자 등록과 고립체크리스트 작성부터 시작해 1차 상담까지 책임진다. 고립 정도에 따라 ‘이음·새싹·마음’ 회원으로 분류해 초기 상담을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 전문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통합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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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의 마음편의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외로움 자가진단 척도’를 넘으면 마음편의점 내 식품도 이용할 수 있다. 2025.05.14 김종선 기자
한 시민의 마음편의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외로움 자가진단 척도’를 넘으면 마음편의점 내 식품도 이용할 수 있다. 2025.05.14 김종선 기자


한국은 2023년 7월 기준 고립∙은둔 청년(19~34세 인구) 54만 명 시대를 살고 있다. 마음편의점은 바로 이런 시민들을 위한 ‘첫 문’ 같은 공간이다. 마음편의점은 우울감과 외로움을 겪는 모든 시민들에게 열려 있다.

이씨는 “우울할 땐 누구나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진다”며 “정신과 문을 두드리기엔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털어놓기엔 걱정을 끼칠까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과 방문이 낯선 분들도 마음편의점만은 부담 없이 찾아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마음편의점은 서울시 4개구(관악·강북·도봉·동대문)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2027년에는 자치구별 1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씨는 “이런 공간이 시·구 곳곳에 생겨 고립을 경험하는 모든 이가 가까이서 도움받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개소 한 달 만에 총 4483명이 마음편의점을 찾았다. 하루 평균 40여 명 이상이 방문해 외로움 자가진단, 고립 상담, 마음챙김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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