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가기조차 두렵다…강남역 6년 변한 게 없다, 조금 더 일찍 구속했다면

화장실 가기조차 두렵다…강남역 6년 변한 게 없다, 조금 더 일찍 구속했다면

곽소영 기자
입력 2022-09-18 22:30
수정 2022-09-1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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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피해자 추모 행렬

전씨, 11일 전부터 범죄 계획 정황
휴대전화 GPS 조작 앱 설치하고
범행 당일엔 피해자 거주지 찾아
경찰, 살인 → 보복살인 혐의 변경

18일 서울 중구 신당역 내 여자화장실 앞에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2022.09.18  김명국 기자
18일 서울 중구 신당역 내 여자화장실 앞에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2022.09.18 김명국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닷새째인 18일에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젊은 여성부터 중년 남성, 7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범행 현장을 찾아 고통 가운데 생을 마감한 피해자를 추모하는 한편 피의자 엄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찾은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 벽면은 형형색색의 추모 메모지로 가득 찼다. 메모지에는 ‘내 또래이기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왔다. 원통하고 참담하다’,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6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바뀌었나’,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하냐’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3일 전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마음이 아파 잠조차 이루지 못했다’는 동료의 글도 눈에 띄었다.

추모를 하기 위해 화장실을 찾는 시민이 많아지자 벽 앞에는 일렬로 줄을 설 수 있는 안전선이 세워졌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다른 사람이 적은 메모를 보며 눈물을 훔치거나 손을 모아 묵념했다. 경남 창원에서 추모를 하러 온 한규리(26)씨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막막하고 무력했는데 그동안은 지방에 있어 올라오지 못하다가 이번에는 마음이 안 좋아 찾아왔다”며 “조금만 더 일찍 피의자를 구속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에 화가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 꽃집에서 국화꽃을 사 왔다는 김영석(64)씨는 “저도 서른두살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우리나라가 성범죄나 스토킹 범죄 등에 너무 안일하다”며 착잡해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 전모(31·구속)씨에 대해 오랜 시간 범행을 계획한 보복성 범죄로 보고 혐의를 형법상 살인에서 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변경해 수사하고 있다. 전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14일 피해자가 살았던 거주지 일대를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챙겨 은평구 구산역까지 이동해 피해자를 기다리다 나타나지 않자 7분이 넘도록 다른 여성을 미행하기도 했다. 전씨는 이날 오후 3시쯤 정신과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범행 11일 전인 지난 3일부터 전씨가 범죄를 계획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전씨는 지하철 6호선 구산역에서 역무원의 컴퓨터를 이용해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에 접속한 뒤 피해자 근무지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신의 휴대전화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를 조작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미리 설치하고 휴대전화 내 일부 파일을 삭제했다. 현재 디지털 포렌식을 마치고 자료를 분석 중인 경찰은 19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전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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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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