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된 영등포 쪽방촌, 원주민들 품고 새로운 공공주거지로 탈바꿈한다

50년 된 영등포 쪽방촌, 원주민들 품고 새로운 공공주거지로 탈바꿈한다

황비웅 기자
황비웅 기자
입력 2020-09-30 13:00
수정 2020-09-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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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조감도. 2020.9.30. 영등포구 제공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조감도.
2020.9.30. 영등포구 제공
“기존 쪽방주민들이 쫓겨나는 게 아니라 보다 넓은 공간에서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지난달 기자에게 서울 영등포 일대 정비사업을 설명하면서 쪽방촌에 사는 주민들에 대한 대책에 대해 자랑하듯 이렇게 말했다. 영등포의 대표적인 빈민층 주거지였던 쪽방촌 주민들을 선(先)이주시키고, 공공주택이 완공되면 다시 입주시키는 과정을 잡음 없이 처리하겠다는 구상이다.

1970년대에 형성돼 50여년이 지난 영등포 쪽방촌은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밀려난 도시 빈곤층의 대표적인 거주지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도시미관을 위해 리모델링 사업 등이 추진돼왔으나, 쪽방 개발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기존 주민들이 쫓겨나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쪽방주민이 유입되는 등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지난 2015년에는 토지주들을 중심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했지만, 쪽방주민 이주대책 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채 구청장은 쪽방주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이 영등포구의 숙원이라고 봤다. 이를 위해서는 쪽방촌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근본적인 주거환경개선 방안 마련과 유관기관과의 상호 협력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구는 지난해 8월 21일 서대문구 기숙사형 청년주택에서 열린 ‘청년주거지원을 위한 국토교통부·서울시 구청장 간담회’에서 쪽방촌 정비를 국토부에 건의하고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요청했다. 국토부는 쪽방촌 정비에 대한 적극 검토를 약속했고, 서울시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에 국토부와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쪽방촌 정비 계획’을 구체화했다. 또한 쪽방주민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와 협력해 쪽방촌 정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결과 포용적 주거복지를 실현하는 새로운 공공주거개발모델인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닻을 올렸다. 360여명이 거주하는 영등포 쪽방촌 약 1만㎡ 부지를 공공주택사업으로 정비하는 게 골자다. 지난 7월 15일 영등포 쪽방촌은 공공주택지구로 최종 지정됐다. 기존 쪽방촌을 철거한 후 약 1만㎡ 부지에 영구임대주택 370호, 신혼부부 행복주택 220호, 분양주택 600호 등 총 1200호를 공급한다.

특히 사업 기간 쪽방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의 이주대책을 마련했다. 지구 내 오른쪽에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한 선이주단지를 만들어 쪽방 주민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주택이 완공되면 돌봄시설과 함께 이주하는 방식이다. 구 관계자는 “지구 내에 편입되는 토지 소유자에게는 현 토지용도(상업지역)과 거래사례 등을 고려해 정당 보상할 예정이고 영업활동을 하는 분에게도 영업보상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기존 쪽방주민들은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고 쾌적한 공간을 현재의 2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주거면적은 1.65~6.6㎡(약 0.5~2평)이었지만, 공공주택이 지어지면 16㎡(4.84평)으로 넓어진다. 평균 월 22만원이었던 임대료도 평균 3만 2000원으로 낮아진다. 쪽방주민들뿐 아니라 거리 노숙인을 위해 무료급식과 진료, 자활상담 등을 제공하는 돌봄시설도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채 구청장은 “쪽방촌을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영등포구가 서남권 종가댁의 위상을 회복하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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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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