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조사권 없는 인권위… 박원순 의혹 규명 난항 예고

강제조사권 없는 인권위… 박원순 의혹 규명 난항 예고

오세진 기자
입력 2020-08-05 21:52
수정 2020-08-0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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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 9명 구성 “연내 마무리 목표”

경찰 수사 진행 중… 자료 받기 어려워
서울시청 직원들은 협조 안 할 가능성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 등을 직권으로 조사하기로 한 국가인권위원회가 5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범위가 넓은 만큼 별도의 직권조사단을 꾸린 인권위는 올해 안으로 조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달리 조사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인권위는 이날 “인권위 차별시정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9명 규모의 직권조사단을 구성했다”면서 “이날부터 조사를 시작해 연내에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인권위가 서지현 검사의 ‘미투’ 이후인 2018년 2월 검찰 내 성폭력 등을 직권조사했을 때 2~3명의 조사관을 투입한 것과 비교하면 조사단 규모가 3배가량 크다. 인권위는 진정이 없더라도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는 상당한 근거가 있고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사건을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와 여성단체들은 인권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에서 크게 ▲성추행, 성적 괴롭힘을 포함한 박 전 시장의 성희롱 행위 ▲서울시의 묵인·방조와 그것이 가능했던 구조 ▲성폭력 사안과 관련한 제도 전반을 조사하고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피해자 또는 사건 관계인에게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청취하거나 진술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관계기관에 사건과 관련한 자료 등의 제출도 요구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현장 방문 조사도 가능하다. 하지만 조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 “서울시청 비서실 직원 등 참고인의 진술서 또는 기타 증거자료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 협조가 어렵다”고 밝혔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도 국가기관이 인권위로부터 자료 제출 요구 등을 받더라도 범죄 수사나 재판에 중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요청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찰 수사를 받는 전직 서울시청 비서실 직원들이 인권위 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인권위의 출석 또는 진술서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사람에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징수는 가능하지만, 조사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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