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직장협의회 설립했지만…눈치만 보고 있는 지방청

경찰청은 직장협의회 설립했지만…눈치만 보고 있는 지방청

오세진 기자
입력 2020-06-18 16:39
수정 2020-06-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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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왼쪽 다섯 번째) 경찰청장이 1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소진(여섯 번째) 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 대표 및 협의위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찰청 제공
민갑룡(왼쪽 다섯 번째) 경찰청장이 1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소진(여섯 번째) 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 대표 및 협의위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찰청 제공
지난해 법 개정으로 경감 이하 경찰공무원들도 공무원직장협의회(직협) 설립이 가능해졌다. 직협은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 고충 처리 등을 위해 기관장과 협의하는 기구다. 경찰청에서는 18일 직협 설립식 행사가 열렸다. 반면 전국 18개 지방경찰청은 직협 가입 범위 문제를 놓고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이다. 직협 설립을 준비하는 경찰관들은 “경찰청 가이드라인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18일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공무원직협법’ 개정으로 경찰은 경찰청, 전국 지방청·경찰서 등 기관장이 총경 이상인 기관 295곳에서 직협 설립이 가능하다. 가장 최근 기준으로 전체 경찰관 12만 2913명 중 경감 이하는 97.2%(11만 9564명)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법은 지휘·감독 직책에 있거나 인사·예산·기밀·보안·경비 등 업무를 하는 공무원의 직협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직협이 기관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막고, 직협과 기관장의 협의 과정에서 기관 운영, 국가안보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전체 경감 이하 경찰관 중 2만명 정도가 가입 금지 대상이다.

그러면서도 현행법은 직협 가입이 금지되는 직책·업무를 기관장이 직협과 협의해 지정·공고하도록 했다. 비록 가입 금지 대상 규정이 있지만 협의를 통해 더 많은 공무원이 직협에 가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행안부도 지난 8일쯤 경찰·해양경찰·소방(소방경 이하 소방공무원들도 직협 설립 가능)에 배포한 길라잡이를 통해 “다수의 공무원이 직협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기관장은 가급적 사무 분장을 조정해 직협 가입 금지 업무를 하는 공무원을 최소로 하라’는 내용이 적힌 표준안을 이달 초 전국 경찰관서에 전파했다. 그러나 수사·정보·보안·외사·경호 등 업무를 하는 경찰관의 직협 가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가·사회적 법익을 침해한 사건을 다루는 수사경찰들의 직협 가입은 금지한 반면 개인적 법익 침해 사건을 다루는 수사경찰들은 모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표준안도 각 기관에서 직협 가입 범위를 정할 때 참고하라는 용도로 만든 설명자료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방청 직협 설립을 준비하는 경찰관들은 반발하고 있다. A지방청 직협 준비위원은 “경찰서는 지역경찰(지구대·파출소)이 많다 보니까 직협 가입률이 높지만, 지역경찰이 없는 지방청은 경찰청 표준안대로라면 대다수 업무가 가입 금지 대상”이라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의 사정을 다른 기능에 속한 직원이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직원들이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B지방청 직협 준비위원은 “표준안대로라면 우리 지방청에 있는 경감 이하 경찰관 중 직협 가입자 수가 과반도 안 될 것”이라면서 “직협과 합의한 사항을 기관장이 이행하지 않아도 처벌하는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과반도 안 넘는 직협의 요구사항을 기관장이 듣겠나”라고 꼬집었다.

C지방청 직협 준비위원은 “직협 가입 범위 결정을 위한 협의는 각 기관마다 자율성을 갖고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방청 경무과장이 소속 경찰서 경무과장들에게 ‘경찰청 가이드라인을 지키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경찰 조직 내 지휘·명령 계통을 생각한다면 경찰청의 표준안은 설명자료 개념보다는 ‘이렇게 하라’는 지시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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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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