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짭새 아닌 경찰이고 싶다” 경찰들 술렁이게 한 靑청원

“난 짭새 아닌 경찰이고 싶다” 경찰들 술렁이게 한 靑청원

이성원 기자
입력 2020-05-25 22:30
수정 2020-05-26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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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차 경찰, 내부게시판 비판 글

“범인 추격 사고, 개인에 책임 물어”
국민청원에도 글 올려 2만명 동의
경찰 내부 대부분 “공감한다” 댓글
일부 “포퓰리즘적 해결 경계” 지적
무능하고 불공정한 경찰 조직에 쓴소리를 쏟아 낸 23년차 경찰관의 글이 경찰 내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이 경찰다운 경찰이 아닌 권력·재력가들에겐 비굴하고, 주취자와 악성민원인에겐 굽실거려야 하는 나약한 경찰이 됐다는 것이다. 경찰 내부망에서 2만 2000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 글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선 이미 2만여건의 동의를 얻었다. 경찰 내부에선 공감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경찰 고위직 중 일부는 해결책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경남지방경찰청 김해중부경찰서 연지지구대 김건표 경위는 지난 18일 경찰 내부망인 폴넷 ‘현장 활력소’에 ‘짭새가 아닌 국민의 경찰이 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글을 올렸다. A4용지 5장(7550자) 분량의 이 글에는 경찰이 왜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는지, 경찰이 왜 경찰다울 수 없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김 경위는 글 서두에 청와대 국민청원을 위한 글임을 밝히며 의견 수렴과 정리 작업을 거쳐 국민청원에 올리겠다고 했다. 김 경위는 지난 22일 국민청원에 일부 문장만 수정한 글을 올렸다. 25일 기준 이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2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김 경위는 우선 경찰이 용의자를 제압할 때보다 넓은 수준의 물리력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찰의 물리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자칫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경찰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한 업무 수행이었고 중과실이 없었다면 발생한 부수적 피해에 대해선 경찰이 경찰관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경위는 “절도범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하다가 사망해도 (경찰에게) 민사소송이 들어온다”며 “일반인 자동차보험 자기부담금이 20만원인데 순찰차량은 100만원이다. 추격은 경찰의 무덤”이라고 말했다.

경찰을 잡부에 비유하기도 했다. 경찰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임에도 법원, 검찰청, 병무청 등 다른 기관의 잡무를 경찰이 대신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경찰청의 전시 행정에 일선 경찰관들이 내몰리고 있다며 ‘전담경찰’을 예로 들기도 했다. 김 경위는 “멧돼지전담반은 지방자치단체 업무이며 초등학교 등하교 안전관리는 안전지킴이 업무”라면서 “지구대에서 사건 처리한 업무보다 하달 공문이 더 많다”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김 경위는 ▲경찰관의 기본권 침해 문제 ▲자살로 내몰리는 경찰관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과도한 경찰 처벌 ▲경찰대학 출신에 권력 집중 ▲계급 승진 문제 ▲경찰 수뇌부의 위법 ▲경찰 재교육 문제 ▲경찰직장협의회의 필요성 등을 지적하며 개선책도 제시했다.

경찰 내부에선 동의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순경 출신 일선 경찰관들을 중심으로 “공감한다”는 댓글이 많았다. 다만 경찰 지휘부를 비롯한 간부들은 내용 전체에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 경찰 간부는 “공권력 사용의 한계와 열악한 근무 실태 등 전반적으로 공감 가는 내용”이라면서도 “향후 조직 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가지고 와서 포퓰리즘적으로 해결하려는 유혹은 경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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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20-05-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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