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경찰 죽음 뒤엔, ‘새벽 3시 퇴근’ 과로에 지친 문자 있었다

30대 경찰 죽음 뒤엔, ‘새벽 3시 퇴근’ 과로에 지친 문자 있었다

이성원 기자
입력 2020-03-12 17:44
수정 2020-03-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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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지기 전날까지 아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알아보던 아빠였어요. 아이를 정말 아끼고 사랑했는데….” -고 김대영(당시 32세) 경위의 부인 김지영(33·가명)씨

7살 아이의 아빠이자 미래가 창창했던 대한민국 경찰이 한강에 몸을 던져 숨졌다. 경찰은 투신 경위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이지만 유족과 지인들은 김 경위가 평소 과중한 업무량 때문에 끊임없이 고통을 호소했다고 주장한다. 남편을 잃은 아내는 ‘제대로 된 감찰’을 촉구하며 경찰청 앞에서 열흘 넘게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선 승진·성과주의에 매몰된 조직문화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동료들은 김 경위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해 달라는 탄원서를 경찰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고 김대영 경위 아내의 1인 시위
고 김대영 경위 아내의 1인 시위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숨진 김대영 경위의 부인 김지영(가명)씨가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부인 김씨는 남편의 사망 경위를 제대로 감찰해 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6일 경찰청 내부 게시판에는 ‘죽음에 대한 고려 없이 일할 권리- 고 김대영 경위님을 생각함’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12일 기준 조회수 1만 6000여건, 댓글 440여개가 달린 이 글에는 김 경위가 과중한 업무량에 힘들어하며 고민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대 27기 출신인 김 경위는 2011년 경찰에 입직해 제주 동부경찰서 등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경찰청 생활안전국 생활질서과 총포화약계로 발령받았다. 총포화약계는 경찰청 내부에서도 격무 부서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경찰 내 총기뿐만 아니라 민간 총기까지 관리하기 때문이다. 김 경위는 5년간 이곳에서 주임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숨졌다.

김 경위가 생전 아내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그의 괴로움이 잘 드러난다. 그는 2018년 8월 23일 아내에게 “오늘 새벽 세 시에 들어감”이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12월 7일 “마포대교 갈까”, 지난해 7월 19일 “옷 가지러 사무실 들렀다가 일할 줄은 몰랐다”, 9월 27일 “동료에게 맡긴 일이 다시 나한테 돌아와서 일이 쌓이고 밀리고 악순환”이라고 전했다.

동료에게 보낸 업무 메신저에도 괴로움이 짙게 묻어난다. 숨지기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11일 “아무런 의욕도 없고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고백하는 한편, 다음날에는 “빨리 죽는 게 공익을 위해 옳은 결정인 듯”이라고 말했고, 그다음 날에는 “예상대로 출근하자마자 욕 한 바가지 먹고 시작”이라고 토로했다.

이 글을 올린 경찰관 직장협의회 김형근 기획국장은 “본청은 계급 구조상 성과 중심주의 문화가 지배적”이라며 “성과를 내기 위해 총포 관리 전문가 수준인 김 경위에게 업무 분담이 고려되지 않고 일이 몰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날 경찰청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김 경위의 순직 인정을 위한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

김 경위의 부인은 남편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부인 김씨는 “아이가 아버지와 이별한 이후 불안 증세까지 보이고 있어 당장에라도 아이에게 가고 싶지만, 남편의 사망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어 1인 시위까지 나섰다”며 “사건 당일 아침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제대로 된 감찰 조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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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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