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려뻗쳐”, “머리 박아”…선배·코치 폭력에 시달리는 대학선수들

“엎드려뻗쳐”, “머리 박아”…선배·코치 폭력에 시달리는 대학선수들

오세진 기자
입력 2019-12-16 11:43
수정 2019-12-1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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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신체폭력 경험…9년 전보다 퇴보
남녀 불문 합숙소에서 성폭력 피해 잦아
전문가 “운동 중심 운동부 문화 해체해야”


대학교 운동선수 가운데 3명 중 1명꼴로 구타 등 신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15% 정도는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맞는 상습 폭력의 피해자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7월 꾸린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102개 대학 소속 운동선수 4924명의 인권 상황을 점검한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대학교 운동선수의 33%(1613명)이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15.8%(255명)는 일주일에 1~2회 이상 상습적인 신체폭력을 당한다고 응답했다.

상습 폭력 경험 비율이 9년 전인 2010년 인권위의 같은 조사(11.6%)보다 높다. 체육계의 인권 실태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신체폭력 중 가장 빈번한 행위는 ‘머리 박기, 엎드려 뻗치기’(26.2%)였다.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행위도 13%에 이르렀다.
신체폭력의 가해자는 선배 선수가 72%로 가장 많았고 코치(32%), 감독(19%)이 뒤를 이었다. 이 질문에는 중복 응답이 가능했다.

대학 선수들의 성폭력 피해도 심각했다. 전체의 9.6%인 473명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동성 성폭력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 신체부위의 크기나 몸매 등에 대해 성적 농담을 하는 성희롱(4%) ▲자신의 신체 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하거나 주무르기 등을 시키는 행위(4%) ▲운동 중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 행위(2.5%) 등의 피해가 컸다. 성폭력은 남녀 모두 숙소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다.

대학생 선수 31%(1514명)는 언어폭력의 피해도 호소했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나 욕, 비난, 협박 등을 일상적으로 경험했으며, 주로 경기장(88%)과 숙소(46%)에서 선배 선수(58%), 코치(50%), 감독(42%) 등의 폭언을 들어야 했다.

이 밖에도 성인임에도 통금과 점호, 외출 및 외박 제한, 복장 제한 등 과도한 생활 통제로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선수들은 전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회원 대학 및 비회원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했으며 남자선수가 82%(4050명), 여자선수가 874명(18%)으로 남자선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학년별로 보면 1학년(1877명) 2학년(1317명), 3학년(974명), 4학년(756명) 순이었다.

조사 결과를 분석한 이규일 경북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대학교 학생선수들의 자기결정권이 억압받고 있으며 성인 대학생으로서 누려야 하는 자율 대신 관리라는 명목으로 통제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운동 중심의 운동부 문화 해체 ▲자율 중심의 생활로 전환 ▲일반학생과 함께 생활하는 통합형 기숙사 운영 방식 도입 등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인권위는 이날 대한체육회,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정책 간담회를 열고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상황 개선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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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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