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그늘막 쉼터에 등장한 양산의 정체

폭염 속 그늘막 쉼터에 등장한 양산의 정체

문성호 기자
입력 2018-07-25 15:09
수정 2018-07-2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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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이효열 작가가 ‘우리의 그늘’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폭염 속 시민들에게 작은 그늘막이 되어주는 게 목적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횡단보도에 있는 그늘막 쉼터에 있는 양산을 이용하는 한 시민의 모습. (사진제공=이효열 작가)
설치미술가 이효열 작가가 ‘우리의 그늘’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폭염 속 시민들에게 작은 그늘막이 되어주는 게 목적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횡단보도에 있는 그늘막 쉼터에 있는 양산을 이용하는 한 시민의 모습. (사진제공=이효열 작가)
이효열 작가가 25일 오전 서울신문사 사옥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효열 작가가 25일 오전 서울신문사 사옥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너무 더우면, 누구나 쓰셔도 돼요”

서울 광화문 인근 횡단보도에 있는 그늘막 쉼터에는 이런 안내문과 양산이 꽂혀 있다. 해당 양산은 설치미술가 이효열 작가가 진행하는 ‘우리의 그늘’ 캠페인의 일환이다. 폭염 속 시민들에게 작은 그늘막이 되어주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녹아 있다.

25일 오전 서울신문사 사옥에서 만난 이효열 작가는 “더운 여름, 시민들에게 작은 그늘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생각에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캠페인에 대해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그늘”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소개하며 “폭염 속, 양산 하나로 안전하게 집까지 갈 수 있다면 더 시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목적을 설명했다.

양산은 주로 새벽 시간대에 설치된다. 날이 밝으면, 이 작가는 다시 현장을 찾아 비어 있는 양산 통을 채운다. 통에는 ‘너무 더우면, 누구나 양산 쓰셔도 돼요’와 ‘우리의 그늘’ 캠페인 안내문이 적혀 있다. 그가 준비한 양산 손잡이에는 ‘Yeol(열)’이라는 표시가 새겨져 있다.

다만, 이 작가가 양산을 사비로 직접 마련하기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올여름 서울지역 100여 곳 설치를 목표로 하는 이 작가는 “시민들 반응이 좋을수록 양산이 많이 필요하다.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는 계속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많은 사람이 양산을 이용했으면 한다”며 “물론 이용 후 다시 원위치에 놓아 주면 좋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된다. 다른 그늘막 쉼터가 비어 있는 것을 보면, 거기에 꽂아 주시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덧붙였다.

그는 ‘우리의 그늘’ 캠페인에 대해 ‘내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캠페인’이 되길 희망했다. 이 작가는 “여분의 양산이 있는 분들은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비어 있는 통에 양산을 놓고 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캠페인의 궁극적 목표를 전했다.

한편 이효열 작가는 겨울이면 ‘네모난 봄’ 캠페인을 진행해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선물하고 있다. 그는 2014년 겨울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서울 도심 버스정류장 의자에 노란 방석을 설치하고 있다.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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