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수강신청 받아주세요”… ‘빌어넣기’도 불법?

“교수님 수강신청 받아주세요”… ‘빌어넣기’도 불법?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8-03-09 18:10
수정 2018-03-0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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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못한 학생들, 교수 계속 찾아와…일부 대학 “형평성 문제” 금지 명문화

권익위 “학칙금지로 묶으면 청탁 대상”
학생 “수업 들을 권리…졸업 위해 필요”

대학마다 학기 초가 되면 수강 신청을 못 한 학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이 과목을 못 들으면 졸업을 못 한다’는 등의 이유로 “수업을 듣게 해 달라”고 읍소하는 학생들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청탁의 소지가 있어 대학들도 무조건 받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2016년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에는 극도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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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각 대학에 따르면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은 이날까지 수업 변경, 정정 신청을 받았다. 개강 전 수강 신청을 못 한 학생들은 이 기간 동안 추가 신청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인기 과목 등은 추가 기간이라도 수강 신청을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학생 입장에서 최후의 수단은 교수를 설득하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를 ‘빌어넣기’(교수에게 빌어 강의에 넣는 행위) 또는 ‘빌넣’이라 부른다. 서울 주요 사립대 교수 A씨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메일이 온다. 대부분 ‘수강 신청을 못 했다’면서 추가로 넣어 달라는 내용인데 모른 척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빌어넣기를 허용하는 순간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연세대는 아예 수강 신청 제도 안내문에 “빌어넣기는 예전부터 허용되지 않았던 원칙을 벗어나는 행동”이라면서 “형평성의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엄격히 제한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한국외대, 숙명여대 등 몇몇 대학은 다수 학생이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해당 과목의 정원을 임시로 늘려 모든 학생이 신청할 수 있게 하거나 새로 강의를 개설해 준다.
 대학 학사지원 담당자들은 ‘빌어넣기 금지’ 분위기에 청탁금지법 시행도 한몫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빌어넣기는 교수가 특정 학생의 편의를 봐주는 것으로 해석돼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신문의 유권해석 의뢰를 받은 국민권익위원회는 “학교가 학칙으로 금지하면 상위법령인 고등교육법 위반으로 볼 수 있고 부정청탁금지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청탁금지법(5조 1항 10호)은 각급 학교의 입학·성적·수행평가 등의 업무에 관해 ‘법령을 위반해’ 처리·조작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학생들은 빌어넣기를 청탁으로 보는 자체가 무리라는 입장이다. 고려대의 한 학생은 “학교마다 수강 신청 제도가 다르고, 굉장히 복잡해 선의의 피해 학생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빌어넣기도 학생의 권리”라고 말했다. 실제 학교에서 졸업 요건으로 지정한 전공·교양 과목을 8학기 안에 이수를 못해 한 학기를 더 다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학교가 빌어넣기를 금지한다고 하지만 교수에 따라서는 받아 주기도 한다”면서 “학교 측 주장만 믿다가 오히려 손해를 본 학생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8-03-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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