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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육아휴직 49주간 임금 100% 보전

노르웨이 육아휴직 49주간 임금 100% 보전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8-02-28 22:18
업데이트 2018-02-2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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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벗어나려면 ‘파격 대책‘ 필요하다

출생아 40만명선이 무너진 것은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정부가 마련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등 대부분의 저출산 대책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우리나라는 17년 연속 초저출산국가(합계출산율 1.3명 미만)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2040년에는 30만명선이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학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출산율 감소 속도를 감안해 그보다 15년이나 빠른 2025년쯤 30만명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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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과 반성 없는 저출산 대책

인구 감소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 누구도 책임지거나 반성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반성하지 않으니 파격이나 감동이 없다. 지난해 저출산 예산은 22조원이었다. 2000년대 들어 지금까지 모두 200조원을 투입했지만 정작 청년과 신혼부부 반응은 미지근하다. “차라리 신혼부부에게 공평하게 나눠 주면 기분이라도 좋을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실제 22조원은 2011~2016년 혼인신고한 신혼부부 140만쌍에게 1가구당 1570만원을 줄 수 있는 돈이다. 심지어 아동학대 근절, 템플스테이 지원, 해외일자리 지원 등 효과에 의문이 드는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저출산 대책으로 포장하는 사례도 끊이질 않았다.

반면 앞서 저출산을 경험한 유럽은 ‘아버지 할당제’라는 파격을 택했다. ‘할당제’라는 단어에서 강제력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부부 자율에 맡긴다. 휴직기간 소득을 대부분 보전해 주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다. 1993년 노르웨이, 1995년 스웨덴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노르웨이는 49주간의 휴직기간 동안 임금의 100%를 보전해 준다. 이 중 14주를 아버지 할당제로 준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2008년에 이미 사용률이 97%를 넘었다. 스웨덴도 육아휴직 후 13개월 동안 평균 급여의 80%를 보전해 준다. 부부가 각각 2개월을 쓴 뒤 남은 9개월을 동등하게 나눠 쓰면 세액공제 혜택인 ‘양성평등 보너스’도 준다.

우리나라는 허용된 육아휴직 1년 중 첫 3개월간 급여는 월 최대 150만원(배우자 육아휴직 시 최대 200만원)에 그친다. 4개월부터는 월 최대 100만원으로 더 낮아진다. 내년부터 남은 9개월 급여의 상한선을 12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에서 육아휴직 급여 평균 소득대체율은 2006년 35.7%에서 2015년 32.1%로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11~12월 육아휴직을 경험한 20~49세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결정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재정적 어려움’(31.0%)으로 조사됐다. ‘직장 상사·동료의 눈치’(19.5%)보다 많았다.

●성평등적 근로시간 단축 필요

사회 분위기와 정책이 모두 여성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진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 전반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오로지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로 정부의 여성 일자리 대책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이 근로시간 단축 제도다. 이런 방식은 ‘보육 주체는 여성’이라는 인식을 더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남성의 육아 시간을 늘리려면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보편적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여성에게만 맡겨 놓은 육아휴직은 오히려 경력단절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고용정보원 분석에서 여성이 육아휴직을 3개월 한 뒤 1년 직장 유지율은 73.6%였지만 1년 이상을 하면 37.4%로 낮아졌다. 윤정혜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복직 후 직장에서는 변한 근무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고, 가정에서는 보육시설이나 대체 양육자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구협회 조사에서 여성 육아휴직자들이 배우자와 갈등을 빚는 이유 1위는 ‘배우자가 양육을 내게 전적으로 부담시켜서’(63.3%)였다.

결국 남녀 모두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문제는 ‘맞벌이 부부의 역설’에서도 드러난다. 소득이 높으면 자녀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통계청의 ‘2016년 신혼부부 통계’를 보면 맞벌이 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는 0.71명으로 외벌이 부부(0.88명)보다 적었다. 여성이 직장을 다니면 아이를 돌볼 여유가 없기 때문에 아예 가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해결책은 부부의 ‘교차 돌봄’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 기업의 결단이 필요하다. 네덜란드는 남성 노동자 중 주당 35시간 이하로 일하는 비율이 20%다. 반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80%대다. 전체 노동자 중 1주일에 4일만 일하는 비율이 80%이기 때문에 기업은 늘 10~20% 유휴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숫자 얽매인 목표지향주의 벗어나야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한 ‘출산장려금’ 제도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대전시는 출산장려금으로 둘째 아이를 낳으면 30만원, 셋째 아이를 낳으면 50만원을 각각 지원하지만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2.9% 줄었다. 2015년부터 출산장려금 최고액을 2000만원으로 올린 충남 청양군은 출생아가 2015년 170명, 2016년 135명, 지난해 121명으로 감소했다. 강원 속초시는 2006년부터 둘째 120만원, 셋째 이상 360만원씩 주던 장려금을 2015년 없앴다. 출산장려금을 모아 어린이집 돌봄시간과 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 인력 확대 등 지역의 전반적인 돌봄 역량을 확대하는 데 쏟아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초등학생 돌봄 정책은 지역 주민의 자원봉사나 재능기부를 활용하도록 돼 있다.

목표 지향적 인식에서 탈피해 임금, 근로시간, 주거 등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화점 나열식 정책을 모두 정리하고 ‘똘똘한 한 놈’을 근성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김종훈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의 선택과 집중, 정책 수요자 중심으로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며 “장기 구조적 저출산 문제가 극복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가용한 모든 정책 방안을 저출산 대책 이름 아래 모아 놓는 방식에서 이제 탈피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18-03-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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