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에는 혼자였지만…마지막 가는 길 쓸쓸하지 않길”

“마지막 순간에는 혼자였지만…마지막 가는 길 쓸쓸하지 않길”

기민도 기자
입력 2017-11-20 22:44
수정 2017-11-2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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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사망자 제사 지내는 예지원

세살배기 아이·이주노동자 등 45명 혼령 달래는 차 예식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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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중구 예지원 강당에서 열린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헌다례’에서 한 참가자가 혼령을 위로하는 차를 제단에 올리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20일 서울 중구 예지원 강당에서 열린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헌다례’에서 한 참가자가 혼령을 위로하는 차를 제단에 올리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그대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혼자였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쓸쓸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2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장충동 2가 전통예절 교육단체 예지원 강당에서 올해 한 해 세상을 떠난 무연고 사망자 45명의 혼령을 위로하는 제사가 열렸다. 위패에는 43명의 이름만 적혀 있었다. 20 15년 12월 18일에 태어나 올해 8월 15일에 사망한 3살배기 아이는 ‘성명 미상’인 채로 제단에 올랐다.

한복 차림의 사회자가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헌다례(차를 올리는 예식)를 시작합니다”라고 말하자 장내엔 침묵이 흘렀다. 검은색 한복을 입은 강태영(77)씨가 향을 피워 향로에 꽂은 뒤 절을 했다. 이어 녹차 한 잔이 제단 위에 올랐고, 참석자들은 고인의 혼령과 인사를 했다. 다시 녹차 세 잔이 올랐다. 은은하게 뒤섞인 향내와 녹차 향이 공간을 채웠다. 고인을 위한 축문, 시낭송, 거문고 연주 등이 이어졌다.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제사는 이렇게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예지원은 2015년부터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와 제사를 지내오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 5월 3일부터 11월 16일 사이에 사망자 45명에 대한 장례를 치렀다. 지난 8월 21일에는 이름도 없이 사망한 3살배기 남자 아이의 장례를 치르고 영혼을 달랬다. 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포대기에 싸여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박스에 맡겨졌다. 아이는 입이 찢어져 있는 등 장애가 있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1개월 만에 폐렴으로 숨졌다. 손남숙 본부장은 “예법상 어린아이에 대한 장례식은 치르지 않지만 이름도 없이 죽어간 아이가 너무 안타까워 과자 등을 준비해 명복을 빌었다”고 말했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임모(57)씨와 박모(32)씨도 지난 4월 27일과 5월 30일 간경화와 심폐 정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올해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250여명의 장례를 치른 박진욱(45) 나눔과 나눔 사무국장은 “무연고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시신이 5년 동안 장례식장 안치실에 보관돼 있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수는 1226명으로 집계됐다. 2011년 693명, 2012년 741명, 2013년 922명, 2014년 1008명, 2015년 1245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5년 사이 2배가 늘어났다.

보통 서울의 무연고 사망자 시신은 서울시립승화원으로 옮겨져 화장되며 유골은 서울시립 무연고사망자봉안당에 10년간 안치된다. 예지원은 시신을 승화원으로 옮기기 전날 별도로 사망자를 위로하기 위한 장례를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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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7-11-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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