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벙커·경희궁 일제 방공호·신설동 유령역… 땅밑 역사가 깨어났다

박정희 벙커·경희궁 일제 방공호·신설동 유령역… 땅밑 역사가 깨어났다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17-10-19 22:42
수정 2017-10-1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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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하공간 시민에 개방

‘여의도’ 시립미술관으로 활용
‘경희궁’ 일제사진 2만장 전시
‘신설동’ 활용 방안 본격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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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전시문화공간으로 새 단장해 19일 일반에 공개한 ‘SeMA(서울시립미술관) 벙커’ 내부 모습.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서울시가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전시문화공간으로 새 단장해 19일 일반에 공개한 ‘SeMA(서울시립미술관) 벙커’ 내부 모습.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19일 서울 여의도 IFC몰 앞에 문을 연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입구. 점심식사를 하러 온 직장인들의 눈길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향했다. 직접 아래로 내려가자 새롭게 설치한 항온항습 설비에도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곳곳에 남아 있는 당시의 타일과 양변기, 거울 등이 지난 세월을 느끼게 했다. 벽에는 한국의 근현대화를 담은 사진들이 전시됐고, 역사갤러리에서는 ‘나, 박정희, 벙커’라는 제목의 영상이 상영됐다.

지난 40여년간 땅속에서 잠들어 있던 여의도 비밀벙커가 리모델링을 마치고 전시 공간으로 돌아왔다. 서울시는 1970년대 대통령 경호용으로 추정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를 전시문화공간 ‘SeMA(서울시립미술관) 벙커’로 새 단장해 이날 시민에게 공개했다. 벙커는 2005년 서울시가 버스환승센터 건립공사를 하던 도중 발견한 뒤 2015년 10월부터 한 달간 한시적으로 개방한 바 있다. 임시개방 당시 시민들의 63%가 유휴공간을 전시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의견을 냈다.

시 관계자는 “1976년 11월 항공사진에는 이곳의 흔적이 없지만, 이듬해 11월 항공사진엔 벙커 출입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시기 공사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벙커 위치가 당시 국군의 날 사열식 때 단상이 있던 곳과 일치해 1977년 국군의 날 행사에 대통령 경호용 비밀 시설로 사용됐으리라 보고 있다. 냉전시대 산물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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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한구석에 있는 ‘경희궁 방공호’ 내부 모습.  연합뉴스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한구석에 있는 ‘경희궁 방공호’ 내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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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동 유령역’ 내부에 설치된 ‘서울, 오늘을 찍다’ 전시물들. 연합뉴스
‘신설동 유령역’ 내부에 설치된 ‘서울, 오늘을 찍다’ 전시물들.
연합뉴스
시는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한구석에 있는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도 21일 시민에게 개방한다. 경희궁 방공호는 전체 면적 1378㎡ 규모로 10여개의 작은 방을 갖춘 시설이다. 일제강점기 말기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통신시설을 갖춰 만들었다. 방공호의 느낌을 되살리도록 조명과 음향 장치를 설치하고, 일제강점기 관련 사진 2만여장을 전시한다.

신설동 유령역은 지금은 쓰지 않는 옛 승강장으로, 운행을 마친 1호선 동묘앞행 열차의 군자차량기지 입고선으로 활용되는 장소다. 1972~1974년 신설동 1호선 건설 당시 5호선도 동시에 건설했으나 이후 노선이 변경되면서 5호선 기능이 상실된 곳이다. 21일부터 주말에 한 달만 공개하고 내년부터 활용 용도에 대해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재생을 통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잊혀졌지만 우리의 역사와 기억을 간직한 공간이 시민에게 개방됐다”며 “많은 시민이 즐겨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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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
2017-10-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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