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찬성 명단에 이완용·박정희 이름…여론조작 수사

국정교과서 찬성 명단에 이완용·박정희 이름…여론조작 수사

유대근 기자
입력 2017-10-11 22:50
수정 2017-10-1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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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찬성 여론 조작 정황

한 인쇄소서 의견서 일괄 출력
4만여장 ‘차떼기 제출’ 확인
개인정보란에 황당한 내용 적혀
교육부 이번 주 檢에 수사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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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11일 공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의견서에는 ‘이완용’, ‘박정희’, ‘박근혜’ 등 제출자 개인정보란에 황당한 인물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완용’의 연락처인 010-1910-0829는 경술국치일(1910년 8월 29일), ‘박정희’의 연락처인 010-1979-1026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일(1979년 10월 26일)이다. 교육부 제공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11일 공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의견서에는 ‘이완용’, ‘박정희’, ‘박근혜’ 등 제출자 개인정보란에 황당한 인물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완용’의 연락처인 010-1910-0829는 경술국치일(1910년 8월 29일), ‘박정희’의 연락처인 010-1979-1026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일(1979년 10월 26일)이다.
교육부 제공
박근혜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교육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찬성 의견을 던진 정황이 드러났다. 2015년 10월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행정예고를 하면서 찬반 의견 수렴을 진행했는데, 반대 의견이 32만 1075건으로 찬성(15만 2805명)보다 2배 이상 많았는데도 유리한 의견만 받아들여 국정화를 추진해 논란을 낳았다. 이번에는 찬성 의견조차도 일사불란하게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한때 국정 핵심 과제였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2년 만에 수사 대상으로 전락했다.

교육부는 11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요청에 따라 ‘국정화 찬성의견서 조작 의혹’에 대해 이번 주중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팀은 당시 논란을 확인하기 위해 교육부 문서보관실에 있는 찬반 의견서 103박스를 살펴본 결과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가 53박스(4만여장)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중 26박스(약 2만 8000장)를 우선 살펴본 결과 4종류의 동일한 양식으로 쓴 찬성 의견서가 반복됐다. 2년 전 행정예고 의견 수렴 때 서울 여의도 한 인쇄소에서 제작된 동일 양식의 의견서가 무더기로 제출됐다는, 이른바 ‘차떼기 제출’ 의혹이 일기도 했다. 당시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을 발견한 셈이다.

1명이 찬성 이유를 달리해 의견서 수백 장을 낸 사실도 확인했다. 형식 요건을 충족한 찬성 의견 제출자는 모두 4374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1613명은 같은 주소였다.

찬성 의견서 중 일부는 제출자 개인정보란에 비상식적이고 황당한 내용이 적혀 있기도 했다. 이름과 주소, 연락처 칸에 ‘이완용/대한제국 경성부 조선총독부/010-1910-0829’, ‘박정희/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 청와대/010-1979-1026’, ‘박근혜/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 청와대/010-××15-1102’라고 적은 의견서도 있었다. 연락처에 적힌 숫자를 보면 특정 날짜를 연상할 수 있다. 1910년 8월 29일은 경술국치일이고, 1979년 10월 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날이다. 1102는 의견서 제출 마지막 날인 11월 2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찬성 의견서에는 ‘개××/뻘짓/456890, 지×/미친짓/12346578’이라고 돼 있기도 했다.

또 교육부 자체 조사 결과 의견 접수 마지막 날 학교정책실장이었던 김모(퇴직)씨가 “밤에 찬성 의견서 박스가 도착할 것이므로 직원들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시로 직원 200여명이 자정 무렵까지 남아 계수 작업을 했다고 교육부 직원들은 증언했다. 김씨가 모처에서 찬성 의견서가 갈 것이라는 연락을 미리 받았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여론조작 개연성이 충분하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문서 등의 위·변조, 위조사문서 등 행사에 해당한다는 게 진상조사위의 설명이다.

진상조사위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교육부의 조직적 공모나 여론조작 협력 사실 등이 드러나면 관련자에 대한 신분상 조치도 교육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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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7-10-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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