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전기료 걱정 끝낸 ‘태양광 경비실’

에어컨 전기료 걱정 끝낸 ‘태양광 경비실’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17-08-24 22:32
수정 2017-08-2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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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아파트의 ‘상생’

서울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오르며 후텁지근했던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경비실. 2평(6.6㎡) 남짓한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뜨거운 공기에 숨이 턱 막혔다. 70대로 보이는 경비원 A씨는 A4 용지 크기의 창문을 열고 선풍기 2대를 튼 채 바지를 걷어올리고 앉아 있었다. 선풍기에서는 오히려 더운 바람이 불었고 A씨의 이마에서는 땀이 줄줄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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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석관두산아파트 107동 앞 경비실 외벽에 최근 소형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돼 경비원들이 마음 편히 에어컨을 쓸 수 있게 됐다. 태양광 발전 아이디어를 낸 심재철(왼쪽)씨가 경비원 김영호씨와 경비실 앞에서 웃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석관두산아파트 107동 앞 경비실 외벽에 최근 소형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돼 경비원들이 마음 편히 에어컨을 쓸 수 있게 됐다. 태양광 발전 아이디어를 낸 심재철(왼쪽)씨가 경비원 김영호씨와 경비실 앞에서 웃고 있다.
경비실에 소형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지만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A씨는 “대다수 주민들은 에어컨을 켜고 있으라고 하는데, 몇몇 주민이 관리비 오른다며 눈치를 준 뒤로는 정말 못 참을 때만 한 번씩 잠깐 튼다”고 했다.

최근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된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정작 경비원들은 주민들 눈치 보느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달 초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경비실에 있는 에어컨 플러그를 뽑아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는 경비원들이 에어컨을 트는 것을 두고 주민 간 마찰이 계속 발생하다 보니 아예 주민 투표에 붙이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서울 성북구의 석관두산아파트가 이런 고민을 한번에 해결해 주목을 끈다. 107동 경비실 외벽에 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에어컨에 들어가는 전력을 자체 충당하도록 한 것이다. 소형 태양광 발전기는 1년에 200kWh가량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여름 내 경비실 에어컨 가동에 드는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

이 아이디어는 이 아파트 인근 주택에 사는 시민 심재철(47)씨가 제안했고,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흔쾌히 수용했다. 입주자 측이 큰 고민 없이 전향적 반응을 보인 것은 성북구 내 아파트에 일반화된 ‘동행(同幸) 계약서’ 문화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동행 계약서는 경비원과 아파트 주민이 상생하는 취지로 성북구가 추진해 온 것이다.

심씨는 “꼼꼼히 따져 보면 경비실에서 사용하는 전력사용량은 정말 적은데, 주민들은 전기료 폭탄을 맞는 줄 안다”고 했다. 실제로 2평 남짓한 공간에 소형 에어컨을 하루 10~15시간 가동해도 전력사용량은 100~135kWh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아파트 한 동에 평균 130여 가구가 산다면 가구별로 100원 정도씩만 내면 충당이 가능하다. 발전기 설치 비용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해 주기 때문에 아파트 측 부담은 거의 없다. 실제 석관두산아파트의 경비실 소형 태양광 설치 비용 61만 5000원 중 41만 5000원은 서울시가, 10여만원은 성북구가 지원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 김영호(64)씨는 “경비원들을 배려해 준 주민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민 김소영(54)씨는 “다른 아파트에도 이런 문화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동행 계약서는 경비원을 ‘비용’으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고용을 보장하고 함께 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동행을 실현한 주민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글 사진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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