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취준생 공부에 방해” “새내기 시절의 낭만” 씁쓸한 환영회 단상

[현장 블로그] “취준생 공부에 방해” “새내기 시절의 낭만” 씁쓸한 환영회 단상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7-01-17 18:10
수정 2017-01-1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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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입생 환영회가 한창인 것 같은데 제발 학교 안에서는 조용히 해 주세요. 취업 공부해야 되는데 시끄러워요.”

●시험 앞둔 재학생 “소음 시끄러워”

지난주 서울의 한 사립대 페이스북 익명게시판에는 ‘수시전형 합격자 신입생환영회 행사’에 대한 재학생들의 불만이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소음 때문에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꼭 깃발을 들고 모두 함께 소리를 질러야 환영하는 겁니까. 2월 25일은 행정고시 1차 시험이고 2월 26일은 공인회계사(CPA) 1차 시험입니다. 큰 시험을 앞둔 학우들을 배려해 주세요.’

재학생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학생회는 “2차 신입생 환영회는 횟수, 시간대, 장소 등을 고려해 공부하는 학생들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반면 일부 학생들은 ‘본인들 새내기 시절 생각 못하는 꼰대 마인드’, ‘인성부터 길러라’ 등의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사실 근래 들어 2월이면 각 대학 캠퍼스마다 이처럼 격하게(?) 소리치며 즐기는 새내기들과 취업 공부에 한창인 졸업생들의 힘겨루기가 벌어져 왔습니다. 환영회, 오리엔테이션(OT) 등 각종 신입생 환영행사가 대부분 2월에 열리니까요.

소셜 분석업체 메조미디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신입생들이 관심을 두는 키워드는 입학식(26.6%), 환영회(25.0%), 캠퍼스(21.5%), OT(19.8%), 새터(7.2%) 순이었습니다. 그만큼 예나 지금이나 신입생들은 ‘캠퍼스 낭만’을 고대하는 셈입니다.

●“생존 본능만 남은 듯 아쉬워”

하지만 신입생들의 기대와 달리 대학은 이미 취업 전쟁터입니다.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서울시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83.8대1을 기록했습니다. 대학의 낭만은 자취를 감췄고 생존 본능만이 남았죠. 취업 공부에 매달리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시끌벅적한 신입생 환영회는 아직 취업이 절실하지 않은 이들의 이벤트 정도로 보일지 모릅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술판을 벌이는 환영회 문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남아 있을 겁니다.

“신입생을 환영하고 대학생활을 알려준다는 취지는 좋습니다. 저희도 즐겼던 행사입니다. 하지만 신입생들도 나중에 4학년이 되면 우리 입장을 알게 되겠죠.”

취업준비생 한모(26)씨의 말입니다. 그럼에도 일부 학생들은 다른 이를 환영하고 신경써 주는 여유마저 사라진 것은 아닌지 아쉽다고 했습니다. 양측 모두 맞는 말이라 괜히 일자리가 줄어든 ‘저성장 시대’를 탓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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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7-01-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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