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이 지나도 기다립니다’ 9개의 연 날아오른 팽목항

‘천일이 지나도 기다립니다’ 9개의 연 날아오른 팽목항

입력 2017-01-09 18:52
수정 2017-01-0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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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연 띄우는 미수습자 가족
희망의 연 띄우는 미수습자 가족 세월호 참사 1000일째를 맞은 9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서 미수습자 가족 권오복(오른쪽)씨가 동생 재근씨의 귀환을 염원하며 연을 띄우고 있다. 2017.1.9 연합뉴스
“이 길을 따라서 돌아오세요. 우리는 끝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000일째를 맞은 9일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 전남 진도 팽목항에 노란 방패연 9개가 띄워졌다.

방패연은 차가운 바닷속에 잠겨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을 위해 맹골수도에서 팽목항까지 열어놓은 하늘길이다.

고창석, 양승진,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형인,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미수습자의 이름이 적힌 9개의 연은 애끓는 1000일의 기다림이 담긴 염원에도 거센 바람에 제자리를 맴돌 뿐 힘차게 날아오르지 못했다.

재근씨의 형이자 혁규군의 큰아버지 권오복씨는 자꾸만 고꾸라지는 연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도 부여잡은 실타래를 차마 놓지 못했다.

“오늘은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사고해역을 향해 쓸쓸히 혼잣말을 삼킨 권씨는 석양 너머로 사라지는 이 날의 태양에서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팽목항에서는 이날 진도지역 시민사회와 사회단체들이 마련한 추모문화제도 열렸다.

참가자들은 미수습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밥·탕·과일·떡·나물·전·꽃·향을 올렸다.

노란 리본이 새겨진 빨간 등대 아래에는 ‘기다림의 촛불’이 타 올랐고, 권씨도 동생과 조카를 떠올리며 연꽃초에 불씨를 옮겼다.

천명희 판소리 명창이 ‘심청가’에서 눈먼 아버지가 딸 청이를 찾으러 가는 대목을 불렀고, 권혁대 고수가 북소리를 돋웠다.

추모 분위기는 맨발의 춤사위를 바친 무용수들의 ‘천일의 춤’에서 절정에 올랐다.

추모객들은 한마음으로 1000일에서 하루라도 빨리 기다림의 날이 멈추기를 기원했다.

권씨는 “지금까지 진도 땅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끝날 때까지 같이 하기를 바란다”고 시민 추모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1000일 행사 이후에도 광주 전남에서는 추모 분위기가 이어져 참사를 기억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이야기 마당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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