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지원 41%뿐… 범죄 피해자 겉도는 정책

직접 지원 41%뿐… 범죄 피해자 겉도는 정책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16-12-30 22:28
수정 2016-12-31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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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금액 올렸지만 선진국 4분의1 수준

성폭력 등 피해자엔 예산 15%만 쓰여
경찰도 생계 지원 등 2차 피해 대응 미흡
“사법처리 기간이라도 맞춤형 지원을”

지난 8월 남편이 취객에게 살해당하는 허망한 사건 후 최모(50)씨는 취업 전선에 나서야 했다. 대학생인 두 아들의 학비와 이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남편이 군인이었던 터라 군 관사에서 살았던 최씨는 남편을 잃으면서 집도 옮겨야 했다. “정부의 피해구조금 8000만원으로는 서울에 세 식구 들어가 살 전셋집 찾기도 어려웠어요. 살길이 막막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도움을 받을 길이 없더라고요.”

8개월 전 스토킹 살인으로 딸을 잃은 김모(57)씨는 형사재판을 하러 다니느라 부인과 함께 운영하던 미용실의 문을 닫다시피 했다. 가해자가 정신질환을 이유로 감형을 요구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어 하루의 대부분을 딸의 재판을 위한 탄원서를 받는 데 할애하는 형편이다. 김씨가 일상으로 부담할 비용은 월 주택 임대료 64만원, 미용실 임대료 150만원, 건강보험료 30만원 등 수백만원에 이른다. 정부가 준 사망위로금 4000만원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한 달 18만원 내는 건강보험비도 부담이 될 지경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혹시 ‘정상적으로 일할 때까지만 보험비를 유예해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는데 그런 법이 없다며 거절당했습니다.”

강력범죄 피해자나 피해자 유가족이 겪는 2차 피해는 다양하고 심각하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해 법무부가 1인당 피해구조금 상한액을 현행 6500만원에서 9100만원으로 올렸고, 경찰도 같은 해 경찰서마다 1명씩 피해자 보호 담당 경찰관을 두는 등 지원제도를 확대하고 있지만 부족한 예산, 관련 부처 간 업무 중복, 사회적 무관심 등 사실상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해 약 6억 5000만원의 예산으로 범죄 피해자와 그 유가족을 돌보는 민간단체인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 이용우 이사장은 “정부가 범죄자 한 명을 교화하는 데 평균 2500만원을 쓰면서 피해자를 위한 예산은 100만원으로 선진국의 4분의1 수준에 그친다”며 “그마저도 범죄 피해자에게 직접 돌아가는 예산은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범죄 피해자에 대한 정부 부처별 통합 지원 예산은 3500억원(시설 운영비 등 간접 지원비 포함) 이었던 반면, 범죄자에 대한 수사와 재판, 수용, 교화 등에는 같은 기간 약 3조원에 달하는 돈이 쓰였다. 3조는 범죄 피해자 지원금의 8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마저도 범죄 피해 유가족이나 피해자에게 직접 돌아가는 실질적인 지원액은 법무부에 경우 전체 41.5%에 불과했다. 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 피해자의 상담 등을 지원하는 여성가족부도 올해 390억원을 범죄 피해자 구조금으로 책정했지만 피해자 직접 지원 금액은 15.8%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범죄자보다 피해자 중심에 서서 생각하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생계 지원이 이뤄지는 시점이 보통 사법처리 기간과 겹친다”며 “사법처리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나 생계 지원 등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지원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장은 “범죄자만 처벌한다고 피해자나 피해자 유가족의 인권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범죄 피해자 유가족도 특별 대우를 바라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 정책이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들을 보듬고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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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6-12-3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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