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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보증제 ‘구멍’ 이용한 수백억대 사기 눈감아준 현직 경찰 집행유예

수출보증제 ‘구멍’ 이용한 수백억대 사기 눈감아준 현직 경찰 집행유예

최훈진 기자
입력 2016-06-01 14:38
업데이트 2016-06-0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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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보험공사의 수출보증심사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수백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50대 업자에게 징역 8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뇌물을 받고 이를 눈감아준 현직 경찰 총경 등 공무원과 금융기관 관계계자 등의 양형은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쳤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 정상규)는 1일 수출보증심사 제도를 악용해 금융대출을 받아 수백억원을 국외로 빼돌린 정모(50)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죄 등을 적용해 징역 8년에 벌금 1920만원, 추징금 45억 2000만원을 선고했다.

일부 뇌물공여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기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했으며 건실한 수출기업 지원 제도 악용, 허위계약서와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자금 해외도피 등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불량하다”고 밝혔다.

또 “특히 해외로 도피시킨 금액이 수십억원에 달하고, 다수의 공무원과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뇌물 제공 액수도 4000여만원이 넘는 점, 범행이 발각 위기에 처하자 해외로 도주하고 다른 사람 여권을 양도받은 여권법 위반 등 추가 범죄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최초에 범행을 하면서 기존 대출금 상환을 위해 허위 수출입을 통해 사기범행을 반복했다가 특성상 중단이 어려워 범행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 범행 과정에서 한국무역보험공사에 수출보험 관련 편의를 봐달라고 전화하는 등 편의제공 대가로 정씨로부터 3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기소된 전남지방경찰청 김모(58) 총경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벌금 300만원, 추징금 79만 4520원도 함께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총경이 정씨로부터 받은 금액 가운데 500만원만 뇌물로 인정하고, 1억원에 대해서는 무죄, 아내 회사의 계좌로 받은 2억원은 뇌물이 아닌 투자금으로 인정해 차용금에 대한 이자만을 추징했다.

재판부는 “범죄 수사를 총괄하는 경찰서장의 지위에서 뇌물을 받아 죄질이 좋지 않으며, 부탁을 받고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다”며 “다만 피고의 뇌물 액수가 크지 않고 정씨와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정씨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과 금융기관 임직원 등 나머지 16명의 피고인 가운데 집행유예 기간에 있는 전모(43)씨에 대해서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씨가 허위계약서를 작성해 자금 대출에 가담했지만 정씨의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은 지위에 있었고 공사대금의 이익을 취한 바가 없다”며 “다만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 2년의 기간에 있어 실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밖에 조모(43)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원 등 나머지 피고인에게는 무죄 또는 집행유예 형을 선고했다.

한편 정씨는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수출보증을 받은 허위 수출채권을 담보로 2014년 11월부터 이듬해 6월께까지 4개 금융기관으로부터 모두 110억여원을 대출받아 해외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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