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상황 속수무책… 그래도 혼자가 편해” “외톨이였던 원룸… 공동주택서 안정 찾아”

“응급상황 속수무책… 그래도 혼자가 편해” “외톨이였던 원룸… 공동주택서 안정 찾아”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6-05-20 17:56
수정 2016-05-2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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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그남자 그여자의 속마음

“회사 일에 시달리다 퇴근해 집에 오면 누워 있기 바쁘죠. 외로움이라는 건 사치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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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서울에서 쭉 혼자 살아 온 박향진(왼쪽·27·여)씨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독서 모임을 갖고 있다. 박씨는 ‘1인 가구’ 생활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추구한다.  박향진씨 제공
2008년 이후 서울에서 쭉 혼자 살아 온 박향진(왼쪽·27·여)씨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독서 모임을 갖고 있다. 박씨는 ‘1인 가구’ 생활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추구한다.

박향진씨 제공
직장인 김모(30)씨는 2010년 취업을 하면서 서울 관악구 청룡동에 자리잡은 후 근처를 전전하며 원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주말이면 다른 사람과 말 한마디도 섞지 않을 때가 많다. 편의점 도시락 등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필요한 물건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다.

“동네에서 얼굴을 아는 사람은 편의점 주인과 아르바이트 종업원, 세탁소 주인이 전부예요. 사실 알고 지내는 사람이 없어도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은 없죠.”

평일의 대부분은 직장에서 보낸다. 야근이 없는 날도 회사 근처에서 저녁을 해결한다. 당연히 옆집에 누가 사는지, 혹은 동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같은 건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언제까지 이 동네(신림동)에 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쉬는 시간을 쪼개가면서까지 새로운 인연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봐요.”

물론 혼자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응급상황이 걱정되기는 한다. “밤늦게 취객이 집 현관문을 마구 두드린 일이 있었는데, 112에 신고하고 경찰이 출동하길 기다리는 것 말곤 방법이 없었죠. 옆집에 강도가 들거나 이웃사람이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관악구에서 만난 젊은 1인 가구 사람들의 키워드는 ‘고립’ 또는 ‘외로움’이었다. 김씨처럼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공동체를 통해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유형도 있었다. 박향진(27·여)씨는 2008년 고향인 경남 남해에서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해 1년간 임대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5만원을 내면서 19.8㎡(6평)짜리 원룸에서 살았다. “외톨이처럼 지냈어요. 낮에는 학교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다가도 막상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면 무기력해지더라구요. 집에 돌아오면 바로 한 일이 싱크대 문짝 열어보고, 화장실 문 열어보는 거였어요. 누군가 몰래 들어왔을까봐서요.”

그는 이후 학교 기숙사로 거처를 옮겨 2013년까지 지냈다. “기숙사에서 살아보니 친구들이 얼마나 든든한 울타리인지 알게 됐죠. 졸업을 하더라도 혼자 살지 않기로 했어요.”

박씨는 2014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문을 연 청년주택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이웃기웃’에 입주했다. 서울시가 매입한 원룸형 임대주택(가구당 규모 26~29㎡)으로 20·30대 입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조합원들이 직접 주택을 운영·관리하는 식이었다. 임대보증금은 약 1900만원, 월세는 약 13만원이었고 31명의 입주자들은 매달 한 번씩 ‘반상회’를 열어 분리수거 방법, 층간 소음 문제, 주차장 활용 문제 등을 논의했다.

시간이 맞는 입주자들은 함께 모여 음식을 해 먹기도 한다. 박씨는 지난달 입주자들이 공유하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영화 모임을 제안할 정도로 공동체 생활에 적극적이 됐다. 주택 공동체 외에도 독서 모임, 다큐멘터리 영화 모임에 참석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유지하고 있다. “청년 세대 1인 가구는 주거가 불안해서 옮겨 다니는 일이 많아요. 취업 문제나 결혼 문제 등도 있죠. 집으로 돌아와도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고 동시대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큰 안정이 됩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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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6-05-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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