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천 명 떠는데… 제주공항 “난방비 누가 내나”

[단독] 수천 명 떠는데… 제주공항 “난방비 누가 내나”

입력 2016-01-25 23:12
수정 2016-01-26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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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만 따져 컨트롤타워 포기… 공항공사 “난방비 거론 안 했다”

제주도 “체류객이 노숙하는 공항터미널에 밤샘 난방을 좀 해 달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이하 공항공사) “난방비는 누가 부담할 것인가?”

제주도 “우리가 부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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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만에 서울에
3일 만에 서울에 25일 오후 제주발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면서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이 밝은 표정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공항공사 “상부 결재가 나야 한다. 노숙 중인 체류객을 한라체육관 등지로 옮기는 게 낫겠다.”

제주도 “공항 노숙 체류객을 위해 빵 등 간식류를 지원하겠다.”

공항공사 “공항 내 매점과 식당이 모두 문을 닫는 10시 이후에 해라.”

제주도 “체류객의 잠자리 불편 해소를 위해 깔판용 스티로폼 등을 지원하겠다.”

공항공사 “아이들이 스티로폼을 갖고 놀다가 안전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나? 나중에 청소는?”

폭설과 강풍 등으로 제주공항이 폐쇄된 지난 23일 오후 5시쯤 제주도와 공항공사 간의 대책 실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오갔다고 제주도 최고위 관계자가 25일 밝혔다. 갑작스러운 공항 폐쇄 조치로 오갈 데 없는 노인과 아이가 포함된 관광객 수천 명이 공항 터미널에서 노숙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민을 돌보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공항공사가 경제적 손익을 따지며 면피성 발언만 했다는 지적이었다.

제주도는 공항이 폐쇄된 첫날인 23일 공항 노숙 체류객을 위해 빵 1만개를 준비했지만 공항공사는 공항 내 식당과 편의점이 문 닫는 오후 10시 이후에 나눠 주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날 수천 명이 제주공항에 머문 탓에 공항 내 식당 편의점은 저녁 8~9시 무렵 빵과 김밥 등 일부 먹을거리가 동났고, 빵이 제공될 때까지 체류객들은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깔판용 스티로폼도 24일 밤 12시가 지나서야 지급됐다. 이틀 동안 공항에서 노숙한 김찬수(55·대구시)씨는 “70대와 80대 노인들과 어린아이들도 노숙해야 했는데 공항공사 측이 난방비 걱정을 먼저 했다는 게 기가 막힌다”며 “비상시라고 할 수 있는데 공기업이 편의점 입주 업체의 이익을 먼저 고려한 처사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모(66·서울시)씨도 “공항 체류객들은 공짜 손님이 아니고 편도 4000원씩 공항 이용료를 미리 낸 사람들”이라며 “국민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나 몰라라’ 하는 공항공사의 기관이기주의는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가 요청한 대로 공항공사가 터미널 내 노숙을 허용해 밤샘 난방에 협조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유사 상황 발생 시 기관별 협조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제주도 측과 실무회의를 하면서 ‘난방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면서 “23일 오후 10시 이후 음식 제공을 거론한 이유는 음식점 폐점 이후에 공항공사가 음식 수급을 책임지겠다는 의미였다”고 반론을 냈다. 한편, 한국공항공사 사장직은 현재 공석으로 김석기 전 사장은 4·13총선 출마를 위해 3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지난해 12월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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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2016-01-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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