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공공기관 식당 외부인 이용 불법 아니라는데…

[생각나눔] 공공기관 식당 외부인 이용 불법 아니라는데…

조용철 기자
입력 2015-10-22 23:08
수정 2015-10-2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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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점심에 직장인 문전성시…손님 빼앗긴 골목상권은 울상

“공공기관 구내식당이니까 값도 싸고 반찬도 깔끔해서 자주 옵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서울법원종합청사 직원 구내식당에는 외부 사람이 많이 온다. 5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알찬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하루 3000명 정도의 외부인이 이곳을 찾는다.

울상을 짓는 건 법원종합청사 주변 식당 상인들이다. 식재료를 대량 주문해 낮은 원가로 식사를 제공하는 구내식당과 가격경쟁이 될 리 없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 보면 구내식당이 외부 일반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식품위생법은 1회 50명 이상의 특정 다수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급식소를 집단급식소로 규정하면서 집단급식소는 영리 목적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품위생법 유권해석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집단급식소에서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지속적으로 급식을 제공해서는 안 되며 급식 대상자 이외의 손님에게 식사를 제공하려는 경우에는 ‘일반음식점’ 등 영업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골목 상권이 어려움에 처하자 시민단체들이 지원에 나섰다.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운영위원은 “불법인 줄을 알면서도 대부분의 기관이 시정하지 않고 골목 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일부 기관의 경우 외부인 수입을 전제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단체 회원 4000여명은 공공기관 식당들의 문어발식 불법 영업을 규탄하는 집회를 국회 앞에서 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와 서울시 등 지자체는 모두 공공기관 구내식당의 손을 들어줬다. 시민들이 공공기관에 업무적인 목적으로 방문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편의 도모 차원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공공기관의 식사 제공은 영리 목적이 아니라 민원인의 편의를 위한 것이란 얘기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식당 이용자가 민원인이냐 여부인데, 이에 대해서는 식약처 역시 “소수의 민원인이나 방문객들의 일시적인 구내식당 이용은 가능하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식당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일시적 방문인지 아닌지를 가를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법원종합청사 구내식당을 관리하는 서울고등법원도 “민원인에게 적극적으로 식사를 제공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공공기관이 골목 상권을 죽이고 있다”는 주장과 “민원인에 대한 최소한의 편의 제공”이라는 입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값싼 점심 식사를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구내식당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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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5-10-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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