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故 최능진씨 64년 만에 재심서 무죄

독립운동가 故 최능진씨 64년 만에 재심서 무죄

입력 2015-08-27 15:03
수정 2015-08-2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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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그릇된 공권력 행사로 생명 빼앗긴 고인 안타까워”

과거 이승만 정권하 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총살당한 독립운동가 최능진씨가 6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27일 국방경비법상 이적 혐의로 기소된 최능진씨의 재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기록원과 국방부 검찰단에 당시 재판 기록을 촉탁했지만, 모두 남아있지 않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자료는 재심 대상 판결문이 유일하지만, 여기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6·25 전쟁 당시 서울이 북한군에 점령당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즉시 정전·평화통일 운동’은 김일성 등에게 전쟁을 중지하고 민족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취지를 제의함으로써 민족상잔의 비극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뒤 짧은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우리 사법체계가 미처 정착·성숙되지 못한 혼란기에 6·25라는 시대상황 속에서 군사법원의 그릇된 공권력 행사로 허망하게 생명을 빼앗긴 고인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표한다”며 “이번 판결이 고인의 인격적 불명예를 복원하고 과거사를 바로잡으며 유가족이 자긍심을 되찾는 위안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최능진씨는 1899년 평남에서 출생해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수학하면서 도산 안창호가 이끄는 흥사단에 가입, 활동했다. 해방 후에는 평남 건국준비위에서 활동하다 소련군의 진주와 우익 탄압 등으로 1945년 월남했다. 미 군정청의 경무부 수사국장으로 재직하며 친일파 숙청을 요구하고 백범 김구 선생 등과 함께 한민당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했다.

그러다 1948년 제헌 의회 선거에서 서울 동대문 갑구에 이승만에 맞서 출마했고, 이승만 정부 수립 후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는 죄목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뒤 인민군에 의해 풀려나자 서울에서 정전·평화운동을 벌이다 이승만 정권에 의해 친북 활동가로 몰려 이듬해 1월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20여일 만에 총살당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9년 9월 최씨가 이승만 정권에 맞선 뒤 헌법에 설치 근거도 없고 법관 자격도 없으며 재판권도 없는 군법회의에서 사실관계가 오인된 판결로 부당하게 총살당했다고 결론짓고 재심 수용을 권고했다.

최씨는 1960년대부터 외무부 대변인과 대통령 의전비서관, 공보비서관 등을 거치고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내기도 한 고(故) 최필립씨의 선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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