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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시위로 밀린 공사비 받았는데…구속되고 돈도 ‘반납’

고공시위로 밀린 공사비 받았는데…구속되고 돈도 ‘반납’

입력 2015-07-19 10:38
업데이트 2015-07-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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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건설사 “시민불편 심해 내려오게 하려 준 것” 다시 가져가

40대 남성이 “밀린 공사대금을 달라”며 고공시위를 벌여 공사비를 받아냈지만, 구속되면서 받은 돈을 뱉어내는 처지가 됐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황모(41)씨는 작년 10월 A건설이 진행하는 지하철 1호선 도봉산역 신축 역사 공사현장의 철거를 맡았다.

계약금 8천900여만원을 선급으로 받았다. 계약 기간인 11월 말까지 자신이 부리는 인부들의 인건비와 식대, 회식비 등으로 쓰다 보니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일이 늘어나 황씨는 한 달여를 더 일했다.

황씨가 초과 기간만큼의 공사대금을 요구하자 A건설은 “내년 7월께 설계변경 허가가 날 것 같다. 그때 5천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원래 초과 공사에 따른 대금은 1천300만원가량이었지만 설계변경으로 공사규모가 확대되면 건설사에 들어오는 돈이 많아져 하도급 업체에 돌아가는 돈의 금액도 많아지는 게 업계 관행이다.

5천만원을 받을 요량에 A건설의 제안에 수긍한 황씨는 인부들을 데리고 다른 공사장을 떠돌며 6개월을 보냈다.

그러나 약속시한이 지난 올해 7월이 되어서도 A건설의 연락은 없었다.

먼저 연락을 하자 돌아오는 대답은 “기다려달라”였고, 요청은 항의로 변했다.

그러자 A건설은 “설계변경 승인이 아직 안 났으니 지금 돈을 주면 기존 공사규모에 따라 산정해야 한다”며 1천3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인부들이 체납임금에 항의하던 터라 그 돈이라도 받으려 했다.

그러나 A건설 직원과 만난 이달 8일 황씨는 폭발했다. 이 직원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600만원만 건넨 것이다.

봉투를 받아든 황씨는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소주를 들이켰다. 그러고는 취기가 오른 채 20m 높이의 도봉산역 공사장 철골 구조물 꼭대기에 올라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는 속옷 차림으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야 이 XXX들아! 내 돈 5천만원 내놔라!”

황씨는 철골 위를 뛰어다니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금세 인파가 모였다. 철골 아래에는 공기 매트가 펼쳐졌다.

이 때문에 전철 운행이 부분 중단됐고 전철을 타지 못한 시민들이 항의했지만 황씨는 개의치 않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시위가 3시간을 넘길 무렵 경찰이 희소식을 전했다.

”지금 건설사에서 현금 5천만원을 뽑아서 오고 있대요. 그만 내려오세요.”

오후 5시 15분께 황씨는 5천만원을 받아들고 철골 구조물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황씨 앞에 놓인 것은 형사처벌과 전철 운행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이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황씨를 업무방해, 건조물 침입 및 기차교통방해 혐의로 구속해 15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코레일도 당시 지하철 1호선 회룡역∼도봉역 구간 전철 운행이 3시간 20분 동안 양방향 중단된 점에 대해 황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황씨는 구속되면서 A건설에 5천만원도 돌려줘야 했다.

A건설 관계자는 “5천만원은 시민 불편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황씨가 내려오게 하려고 준 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천300만원도 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황씨의 시위 때문에 회사 명예가 훼손된 점 등 민사적으로 다퉈야 할 일이 생겨 지급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건 옳지 못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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