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개 구청 공무원 건축 비리 ‘민원창구’로

서울 19개 구청 공무원 건축 비리 ‘민원창구’로

최훈진 기자
입력 2015-07-14 00:08
수정 2015-07-14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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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찔러 주니 일이 술술… 6급 팀장 15년간 1억대 뇌물수수

서울의 한 구청 건축과 팀장 김모(53·6급)씨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건축업자들의 각종 민원 창구 노릇을 했다. 건축법 위반으로 시정 조치를 받은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김씨를 찾아가 50만~300만원을 건넸다. 그러면 꽉 막혔던 일들이 술술 풀렸다. 김씨가 중간에서 관련 서류를 파기하는 등의 수법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꾸몄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김씨가 15년간 챙긴 돈은 총 168차례 1억 3000여만원에 달했다. 돈은 김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건축업자 동생 명의로 개설한 차명 계좌로 들어갔다.

건축물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을 받거나 건축사와의 친분 때문에 불법을 묵인한 구청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씨를 비롯한 서울 시내 19개 구청 공무원 35명을 뇌물 수수, 허위 공문서 작성,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이 중 뇌물 액수가 크고 죄질이 나쁜 김씨는 구속했다. 건축사 21명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00년부터 건축 현장 조사를 하거나 인허가를 내줄 때 건축사들이 법규를 준수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검사 조서에 기재하지 않거나 시정 조치 없이 사용 승인을 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외에 5명의 공무원도 23차례에 걸쳐 건당 20만~100만원씩 총 1065만원을 받고 불법을 묵인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29명은 뇌물을 받지는 않았지만 건축사와 안면 때문에 위법 사항을 눈감아 준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검사원제도는 공사 과정에서 일어난 위법 사항을 묵인하는 관행을 차단하고자 설계자, 시공자가 아닌 제삼자가 건축물 사용 승인을 위한 현장 조사를 하게 하는 제도다. 경찰은 앞서 돈을 받고 건축 공사 시 발생한 법규 위반 사항을 묵인해 준 특별검사원 100명을 적발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 25개 구청 중 19개 구청의 공무원들이 적발됐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그만큼 불법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과 업주 간의 과도한 ‘갑을 관계’를 건축업계 비리가 끊이지 않는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구청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이 건축물 인허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며 “건축물이 법에 위반됐을 때 실제로 시정 조치를 하지 않고 인허가 권한이 있는 공무원을 접촉해 쉽고 빠르게 해결하려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건축과 공무원들이나 건축물을 설계·감리하는 건축사들, 제3자로서 건축물의 부실 여부를 따지는 특별검사원 등이 모두 학연·지연 등으로 공생 관계를 형성해 유착이 반복되는 구조”라고 했다.

비리 반복 관행을 끊으려면 원아웃제로 자격을 정지시키는 등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용화 경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불법 건축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건축물 설계, 시공, 감리 등 관계자들의 자격을 즉시 박탈하거나 벌금을 현행 1억원에서 대폭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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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5-07-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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