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반발 잡으려다 ‘막말’에 잡혀

구조조정 반발 잡으려다 ‘막말’에 잡혀

입력 2015-04-21 23:40
수정 2015-04-2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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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중앙대 재단 이사장, 두산중공업 회장 등 모든 직책 사퇴

박용성(75) 중앙대 재단 이사장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학과제 폐지 등 중앙대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막말 이메일’ 등 파문이 발단이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비리 의혹과 관련, 박 이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지자 전격 사퇴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21일 중앙대 재단 이사장과 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최근 중앙대와 관련해 빚어진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학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논란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박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이용구 총장 등 보직 교수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면서 “그들(비대위 교수들)이 제 목을 쳐 달라고 목을 길게 빼는데 안 쳐 주면 예의가 아니다”라고 밝힌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박 이사장은 또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비대위를 화장실에서 쓰는 ‘비데’(Bidet)에 비유해 ‘Bidet委’(비데위) 또는 ‘鳥頭’(조두)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중앙대 캠퍼스 통합과 적십자간호대 인수 과정 등에서 나타난 박범훈 전 청와대 수석의 외압 의혹과 관련, 검찰은 박 이사장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중앙대 이사회 회의록 분석과 이태희 재단 상임이사 등 참고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박 이사장을 소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이사장 신분에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박 이사장은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직후인 2008년 6월 이사장에 취임했다. 교수 성과급 연봉제와 강도 높은 학과 구조조정 등 대기업의 논리를 밀어붙인 탓에 재학생과 교수, 동문의 반발을 불렀다. 지난 2월에는 학과제를 전면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학과구조 선진화 계획’을 내놓으면서 학내 갈등이 극에 달했다.

비대위 소속 이강석 중앙대 교수협의회장은 “두산이 학교를 인수하고부터 재정과 행정 시스템이 엉망이 됐다”며 “(박 이사장은) 무작정 사퇴할 게 아니라 학교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을 방안을 강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지 오래됐고, 박지원 대표이사 부회장이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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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5-04-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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