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기네스’ 도전 우건석씨
80대 노인이 66년째 일기를 쓰고 있다.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 사는 우건석(86)씨는 19살인 1947년 1월 1일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써 오고 있다. 우씨가 그동안 써 온 일기장은 노트 66권. 라면 상자 3~4개 분량이다. 그의 일기장들은 누런 갱지로 된 공책에서부터 최고급 다이어리까지 세월의 흔적을 대변한다.우건석씨가 자신이 그동안 써 온 일기장을 앞에 놓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충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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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 것은 서울로 혼자 유학을 가면서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우씨는 상경해 낮에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사환으로 일하고 밤에는 서울역 근처 야간 중학교(당시 조양중학교)에 입학해 공부했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국문과 전문부에 입학했다. 하지만 6·25전쟁이 터지면서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쫓기다시피 내려갔다. 전쟁 속에서도 그의 일기는 멈추지 않았다. 메모지에 적었다가 나중에 일기장에 옮겼다. 그는 전쟁 중에 인민군에게 붙잡혀 몸수색을 당하는 과정에서 이 메모지가 나와 간첩으로 오인받기도 했다고 한다. 2년간 국어 교사 생활을 했고 7년간 양잠 협동조합장 등을 지내는 등 삶의 변화가 적지 않았지만 일기장은 항상 그의 곁에 있었다. 수십년간 일기를 쓰면서 글솜씨가 늘어 2010년 문학저널 73회 신인 문학상과 2011년 청산문학 제5기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우씨의 자녀들은 2005년 3월 우씨의 일기를 모아 ‘나의 육십년사’라는 제목으로 책자를 만들어 선물했다.
우씨는 “일기장에는 선거 같은 국가적으로 큰 일과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신 일 등 개인적인 것까지 모두 적혀 있어 제 인생의 복사판”이라면서 “청소년들도 일기를 쓰면서 자기를 반성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씨는 충주시가 시민들의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마련한 ‘충주시판 기네스’에 응모해 충주 최고 기록왕에 도전한다.
충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3-07-26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