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뜻 이어… ‘1000원 밥집’ 다시 연다

할머니 뜻 이어… ‘1000원 밥집’ 다시 연다

입력 2013-05-09 00:00
수정 2013-05-0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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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착한 식당’ 김선자씨 대장암으로 1년간 문 닫자 신세계百 직원 등 후원 몰려

김선자 할머니
김선자 할머니
“내가 식당 문을 열 때의 마음을 이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밥집을 운영했으면 좋겠습니다.”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서 한 끼에 1000원짜리 식사를 내 놔 한때 화제가 됐던 ‘해뜨는 식당’ 주인 김선자(71) 할머니는 8일 “오로지 봉사하는 마음과 섬기는 자세를 갖춘 사람이나 단체가 이 식당을 맡는다면 기꺼이 운영권을 넘겨줄란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어려운 이웃에게 밥 한 끼 줄 수 있는 마음이 온 사회에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며 “이처럼 ‘작은 나눔 실천’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를 정도로 숨어서 세상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 할머니가 전통시장인 대인시장의 허름한 건물 한 칸을 임대해 한 끼 1000원짜리 ‘착한 식당’을 차린 것은 2010년 6월. 가난한 이웃과 ‘조그만 즐거움’을 나누려는 평소의 마음이 움직인 때문이었다. 55살에 유명 보험회사 소장으로 정년 퇴임한 그는 보세 옷가게 등을 운영해 얻은 수입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약간의 여윳돈도 손에 쥐었다.

여생을 봉사에 바치기로 맘먹었던 그는 월 20만원에 임대한 뒤 1000만원을 들여 식당으로 개조했다. 된장국과 김치, 나물 등 1식 3찬으로 ‘1000원짜리 끼니’를 마련했다. 이런 소문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시장 상인과 홀로 사는 노인, 일용직 노동자, 아르바이트하는 학생 등이 단골손님이 됐다. 이곳은 추운 겨울 손을 호호 불며 찾아드는 가난하고 외로운 이웃들의 사랑방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이 식당을 2년 남짓 운영하던 지난해 5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건강 때문에 1년이나 문을 닫아야만 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광주 신세계백화점과 시장 상인회, 광주 동구의회, 시민단체 등이 최근 후원자로 나서 식당을 살리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 등은 지난 7일 20여명의 임직원을 동원, 그동안 닫혔던 식당을 새롭게 단장했다. 각종 집기를 옮기고 내부를 정리·정돈하는가 하면 배선을 수리하고 청소도 했다.

광주 신세계백화점은 일단 식당 시설개선을 통해 영업을 재개하도록 돕고, 이마저도 어려울 경우에는 김 할머니와 협의해 특정 운영자를 지정해 돕기로 했다. 백화점은 식당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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