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뺏긴게 억울해 화풀이’ 가해학생의 고백

’돈 뺏긴게 억울해 화풀이’ 가해학생의 고백

입력 2012-01-11 00:00
수정 2012-01-1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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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경찰서 학교폭력 예방 행사

“초등학교 6학년 때 중학교 형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폭행을 당했습니다. 기분이 매우 안 좋아 그때부터 화풀이하는 식으로 같은 반 친구를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또래 중·고교생들 앞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반성문을 읽어 내려가던 A(15)군의 목소리가 떨렸다.

11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 행사에서 중학교 2학년 A군은 한자리에 모인 20여명의 폭력 가해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A군이 기억하는 최초의 학교폭력 경험은 자신이 동네 형들에게 얻어맞고 금품을 뜯긴 일이었다.

이때를 계기로 A군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됐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용돈이 모자라면 급우들의 가방을 멋대로 뒤져 돈을 가로챘고, 때리지 말라고 사정하는 친구들을 ‘재미삼아’ 수시로 폭행했다.

자리에 앉아 A군의 이야기를 듣던 B(16)군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중학교 중퇴생인 B군은 A군에게 주먹질을 하고 금품을 빼앗은 ‘동네 형’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퀴즈 순서를 통해 학교 안팎에서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 교육을 받았고 서로의 경험을 말하며 토론하기도 했다.

앞서 경찰이 가해 학생들을 상담해본 결과 A군의 경우처럼 처음에는 학교폭력 피해자였다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의 경우처럼 ‘일진’ 출신 졸업생이나 중퇴생들이 학교 주변을 맴돌며 학생들의 금품을 갈취하고 폭력을 행사하면 피해 학생들이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생각하게 된다. 학교폭력이 이렇게 대물림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학교폭력을 해결하고 예방하려면 이런 구조적 문제에 접근해야 하지만, 2000년대 초 소년계 업무에 여성·성폭력 업무가 통합되면서 전담 인력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수서서 백종대 여성청소년계장은 “소년 범죄를 성인 문제인 여성·성범죄 업무와 분리해 전문적이고 심도있게 다뤄야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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