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95% 저축… 5년 더 땀 흘리면 예전 삶으로”

“수입 95% 저축… 5년 더 땀 흘리면 예전 삶으로”

입력 2012-01-03 00:00
수정 2012-01-0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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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노숙인 저축왕’ 이성식씨

2010년 4월 어느 날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한 아파트 옥상. 난간에 걸터 앉아 불콰해진 얼굴로 연신 소주를 들이켜는 이성식(45·가명)씨의 눈에서는 두 줄기 눈물이 쉴새 없이 흘러내렸다.

순간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내와 이혼한 뒤 우울증 때문에 2005년부터 집에서 주식 투자에만 매달렸던 그는 1억원을 잃고 빚까지 얻은 상태로 거리로 나와 고시원 생활과 노숙을 하며 살아왔다. 이혼 전에는 잘나가는 영어학원 강사에 토끼 같은 딸을 둔 가장이었지만 하루아침에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된 것이다. 떨리는 입에서 “인생 이렇게 살아서 뭐해. 그냥 죽자.”는 말이 나왔지만 순간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딸을 다시 봐야겠다는 마음에 이씨는 아파트를 내려와 무작정 둔촌동 지구대로 달려갔다. 지구대장에게 “살 곳도, 돈도 없지만 죽을 마음으로 열심히 살겠으니 도와 달라.”고 사정했다. 다행히 경찰의 소개로 서울 강동종합사회복지관의 노숙인 쉼터에 입소할 수 있었다.

쉼터의 규칙은 엄격했다. 자활 과정 도중 번 돈의 50%를 저축한다는 다짐을 받았다. 유흥으로 돈을 탕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대신 서울시 신용회복지원사업을 소개해 빚을 일부 탕감해 줬다. 이씨는 건설일용직으로 공사장에서 벽돌부터 날랐다. 첫 일당은 5만원이었지만 일이 익숙해지자 12만원까지 받았다. 그는 소개비 10%를 뗀 나머지 돈의 95%를 저축했다. 한 달에 180만원을 저축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보호시설 노숙인 1222명의 저축실적을 검토해 이씨처럼 소득 대비 저축률이 높은 70명을 ‘올해의 노숙인 저축왕’으로 선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4억 6000만원을 벌어 절반 이상인 2억 6000만원을 저축했다. 상위 7명은 수입의 90% 이상을 저축했다. 저축왕이 되려면 6개월간 꾸준히 근로소득이 있어야 하고, 주택청약저축에 가입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시는 상위 7명에게 상장을 주고, 70명은 오는 3월 ‘희망플러스통장’ 가입자로 추천한다. 희망플러스통장은 저축액만큼의 금액을 시에서 지원해 저소득층의 자활을 보장하는 제도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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