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중학생 ‘정신건강선별검사’ 도움도 못받아

자살 중학생 ‘정신건강선별검사’ 도움도 못받아

입력 2011-12-28 00:00
업데이트 2011-12-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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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 ‘매뉴얼’ 3년 간격 검사에 허점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점검하는 ‘자살예방 매뉴얼’이 올해부터 시행됐지만 자살한 대구의 중학생 A군은 검사대상조차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월 ‘자살예방 매뉴얼’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전국 시ㆍ도교육청에 보급했다.

하지만 1년이 채 안돼 관할 중학교에서 전 국민의 분노를 산 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하면서 시교육청의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실제로 각급 학교에서 매뉴얼에 따른 자살예방 노력이 이루어졌다는 기간에 A군은 아무런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극단의 선택을 하는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었다.

시교육청이 교직원 연수 등을 통해 전국에 보급했다는 이 매뉴얼대로라면 A군이 처한 상황이 조기에 발견돼 위기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대응이 이뤄져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매뉴얼은 무용지물이었다.

까닭은 매뉴얼이 갖고 있는 허점 때문이었다.

시교육청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연구사업으로 경북대 김희숙 교수팀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지난 2월 개발을 완료한 자살예방 매뉴얼을 1학기부터 교육현장에 적용했다.

시교육청은 이 매뉴얼이 학생들의 정서상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확신했지만 여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매뉴얼에 따른 정신건강 선별검사(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의 대상은 초등학교 1ㆍ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으로, 취학 후 3년마다 검사가 진행된다.

시교육청은 3월부터 해당 학년에 대해 모든 학교(430개교)에서 선별검사를 하도록 했지만 A군이 포함된 2학년은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매뉴얼에 따르면 A군은 2년뒤 고교진학 후에야 조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이다.

올해 선별검사를 받은 학생들도 앞으로 3년간은 집단 따돌림, 우울증 등에 의한 자살 충동이 생긴다 하더라도 매뉴얼상으로는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당장 1학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던 A군이 2학년이 되고 나서 괴롭힘의 대상이 된 사례에서 보더라도 검사기간에 3년의 간격을 둔 것이, A군을 매뉴얼에 의한 보호의 사각지대에 처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또 매뉴얼상 학부모가 반대하는 자녀에 대해서는 선별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10% 정도의 학생들이 검사대상에서 제외되는 맹점도 지적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타 지역 교육청이 일부 학교에서만 검사를 한 것과 달리 대구는 전수조사를 했지만 검사대상이 제한돼 해당 학생이 빠졌다”면서 “사회적 인프라, 예산 등의 문제를 고려해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내년부터 모든 학생에 대해 검사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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