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쪽방촌 찾는 ‘재난도우미’ 하루 따라가보니…

독거노인·쪽방촌 찾는 ‘재난도우미’ 하루 따라가보니…

입력 2011-06-21 00:00
수정 2011-06-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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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에 언덕길 10분 올라… 낡은 선풍기 고장나 땀 비오듯

20일 오후 2시 서울 아현동의 한 골목. 서울시립마포노인종합복지관 소속 ‘재난도우미’ 구양희(62·여)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기온은 31.6도, 체감온도는 34.6도까지 치솟아 올 들어 첫 폭염주의보까지 발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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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아현동 박복희(왼쪽)씨 집을 찾은 ‘재난도우미’ 구양희씨가 수건으로 박씨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아현동 박복희(왼쪽)씨 집을 찾은 ‘재난도우미’ 구양희씨가 수건으로 박씨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고 있다.
구씨가 방문한 곳은 박복희(79·여)씨의 집. 10여분 동안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올라 다다른 곳은 허름한 연립주택. 이곳 지하층에 박씨의 집이 있다. 집이 지하다 보니 바깥보다는 나은 듯 했지만 막상 방안에 들어서자 역시 찜통이다. 이내 등이며 콧잔등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박씨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구씨를 맞았다. 박씨는 “너무 덥고 땀이 나서 이제 막 얼굴을 씻었다.”며 옷가지로 대충 물기를 닦아냈다.

●서울시, 올 8536명 투입

집안에 있는 여름 가전제품은 낡아빠진 선풍기 한대뿐이다. 그것도 박씨가 어딘가에서 주워 온 것인데, 자주 고장이 나곤 한다. 이날도 날은 더운데 선풍기는 작동되지 않았다. 그럴 때면 박씨는 땀에 젖은 얼굴이며 목덜미를 찬물로 씻으며 더위를 식히곤 한다.

구씨는 들고온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박씨의 이마며 뺨에 맺힌 땀을 닦아주며 부채를 꺼내 부채질을 해 줬다. 구씨는 “ 밖이 너무 더워서 지금 바깥에 나가면 고생하시겠다. 병원은 이따가 더위가 한풀 꺾인 4시쯤 가시는 게 좋겠다.”면서 “한여름에 외출할 때는 꼭 양산을 챙겨 가셔야 한다.”는 당부말도 잊지 않았다.

박씨는 가족 없이 혼자 산다. 젊은 시절 결혼을 했는데 알고보니 다른 처자식이 있어 그 길로 집을 나왔다. 한동안 다른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며 살았다. 이처럼 의지가지없는 어렵고 외로운 박씨에게 구씨는 거의 유일한 말벗이자 도우미다. 박씨는 “이렇게 챙겨줘 고맙다.”며 밝게 웃었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9월까지 재난도우미 제도를 운영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5179명 늘어난 8536명이 활동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폭염 피해가 우려되는 독거노인, 쪽방촌 사람들,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일일이 찾아 건강상태를 살핀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 모든 도우미들이 나선다. 무더위에 취약한 노약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구씨는 “어르신이 다른 곳은 건강하지만 다리가 많이 불편하다. 앞으로 더 더워질텐데 아픈 다리로 이 언덕길을 오르내리실 걸 생각하니 걱정스럽다.”며 박씨의 손을 꼭 잡았다.

●취약계층 건강상태 살펴

구씨는 30여분 동안 박씨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살뜰하게 점검한 뒤 지하방을 나섰다. 구씨는 “오늘처럼 무더운 날 언덕길을 오를라치면 나도 땀에 젖고 적잖은 나이라 무릎도 아프지만, 더 어려운 어르신들을 한 분이라도 더 뵙고 살피려면 그런 걸 탓할 겨를조차 없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얼굴에서 얼핏 사람의 향기가 배어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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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김길영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일하는 의회, 정책으로 승부할 것”

글 사진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2011-06-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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