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통 문제 등 지적 잇따라… 지경부 “충전압력 낮춰라”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9일 서울 행당동에서 일어난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폭발사고는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료통의 구조적인 문제와 정기검사 기준 부재 등 관리·감독 부실로 유사 사고가 잇따랐는데도 업계와 정부가 뒷짐만 지면서 결국 대형 인명사고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9일 오후 폭발 사고가 난 압축천연가스(CNG)버스에서 경찰과 소방서 관계자들이 폭발 장소로 추정되는 연료통 주변의 잔해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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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G 버스는 120ℓ의 압축천연가스가 들어 있는 연료탱크가 버스 한 대에 7~8개나 실려 있다. 세심한 안전 관리가 요구돼 1년마다 한 번씩 정기검사를 받지만 가스 누출 여부만 조사할 뿐이다. 사고원인으로 꼽히는 연료탱크의 부식 가능성 등 연료계통에 대한 정밀진단이 없었던 셈이다.
CNG 차량검사 기준도 사실상 전무하다. 가스안전업무를 다루는 지식경제부와 자동차 검사를 담당하는 국토해양부는 각각 “자동차 검사는 국토부 관할” “가스안전 기관, 인력을 갖춘 지경부가 하는 게 맞다.”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또 CNG차량 사고가 잇따르자 지경부, 환경부, 한국가스공사, 차량제작업체 등은 모두 CNG 자동차 안전에 관한 연구용역까지 벌였지만 별다른 안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날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부랴부랴 긴급지시를 내렸다. 권상호 지식경제부 에너지안전팀장은 “사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료통의 폭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전국 도시가스충전소에 충전시 최고압력을 현행 207㎏/㎠보다 10% 정도 낮추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안전불감증도 한몫했다. 미국 등에서 운행 중인 CNG버스의 경우 가스 유출이나 폭발의 위험성을 대비해 CNG용기를 버스 위에 놓는다. 위로 떠오르는 가스의 특성을 고려해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한 설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비용과 미관상의 이유로 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연료통을 버스 아래에 설치했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버스 밑이나 옆에서 불기가 접근하면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국토부가 연구용역을 통해 CNG 연료통을 버스 위로 옮겨야 한다는 결론을 냈지만 국토부 자문위원회에서 묵살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김효섭·이민영
윤샘이나기자 newworld@seoul.co.kr
2010-08-10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