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도넘은 ‘외국어 사랑’

지자체 도넘은 ‘외국어 사랑’

입력 2009-09-02 00:00
수정 2009-09-0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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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테라스·문탠로드·3아웃 7업… 도대체 무슨 뜻이야

‘어반 테라스, 문탠로드, 트라이 아웃센터, 갤럭시 아일랜드 플랜, 시니어 패스….’

자치단체들의 ‘외국어 사랑’이 도를 넘어 ‘우리말 푸대접’으로 이어지고 있다. 요즘 공무원들이 새로 만들어 낸 각종 정책과 기구 명칭을 보면 외국어 교육을 웬만큼 받은 사람들조차 무슨 의미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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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업 주민들이 잘 모르게?

서울시는 최근 ‘어반 테라스(urban terrace)’ 조성계획을 내놓았다. 어반은 ‘도시의’ 또는 ‘도시 특유의’라는 뜻이고, 테라스는 ‘경사면을 계단모양으로 깎은 언덕’ 또는 ‘건물 외부에 대청마루처럼 설치한 단(壇)’이라는 의미.

얼핏 들어서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 한강변에 조성할 폭 35m, 연장 1300m, 면적 1만 8000㎡ 규모의 완만한 접근로를 ‘어반 테라스’라고 이름붙인 것이다. 시민들이 윤중로와 여의도 한강공원을 쉽게 오갈 수 있도록 새 길을 만드는 사업이다. 좋은 사업을 시민들이 잘 모르게 하는 꼴이다. 서울시는 그동안에도 필요 이상의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직원들에겐 ‘OO르네상스’나 ‘OO프로젝트’ 등의 용어들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우리말과 프랑스어, 영어 등 3개 국어가 뒤섞인 다국적 단어다. ‘시니어 패스’는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지하철 무임카드인데, 노인들이 잘 모른다.

부산시는 녹색 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사업 명칭을 ‘그린 부산(Green Busa n)’으로 정했다. 그 정도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으나 해운대구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청사포로 이어지는 달맞이길을 ‘문탠로드(moon-tan road)’로 명명하고, 지난해 수영만매립지를 ‘마린시티’로 정한 대목에서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기발함이 지나친 엉터리 조어

광주시는 광산구 평동산단에 금형산업의 실험·연구·개발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의 명칭을 ‘트라이 아웃센터’로 정하고, 최근 조성한 태양광·수소에너지 연구시설에는 ‘솔라시티센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 국제회의 산업 육성을 위한 ‘컨벤션 뷰로’와 가연성 폐기물을 고형 연료로 만드는 ‘에코 폐기물에너지 타운’ 등도 혼란을 가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남도가 발표한 ‘갤럭시 아일랜드 플랜’에서는 ‘은하수 섬 계획’이라는 생소함에 부딪힌다. 전남도는 서남해안에 흩어진 수천개의 섬이 마치 은하수(갤럭시)를 연상케 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충북도에선 지난해부터 ‘3아웃(out) 7업(up)’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3가지의 낡은 관행과 정책은 버리고, 7가지의 중점 성과 창출 대상 업무를 선정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전 직원의 지혜를 모으기 위한 ‘W-DAP(위답)제’를 시행하고 있다. 위답제는 ‘WE(우리) 안에 답(DAP)이 있다.’는 것이다. 씁쓸한 웃음을 자아 내게 하는 대목이다.

전국종합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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