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불황이 육아휴직 늘렸다?

[뉴스&분석] 불황이 육아휴직 늘렸다?

입력 2009-08-18 00:00
수정 2009-08-18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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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직장인들의 육아휴직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한 푼이 아쉬워 육아휴직을 가급적 피할 것 같은데 되레 늘었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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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육아휴직 급여를 받은 직장인은 1만 754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1만 3848명)보다 26.7%나 늘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전문가들은 이를 경기 침체로 인한 구조조정 여파로 해석한다. 김태홍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통상 육아휴직을 권장하지 않는 것은 대체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 경기가 어려워지자 오히려 육아휴직을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한 성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육아휴직을 권장하는 대신 대체인력을 구하지 않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했다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한시적 구조조정이기는 하지만 정리해고보다 마찰이 적고 비용 부담도 없다.”고 덧붙였다. 육아휴직 급여(월 50만원)는 국가에서 전액 지원한다.

정리해고 위험에 처한 근로자들이 육아휴직을 방패로 내세운 측면도 있다.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은 “회사 측이 구조조정을 요구해서 우선 육아휴직으로 해달라고 신청한 사례에 대한 상담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단체의 육아휴직 관련 상담은 2007년 94건에서 지난해 154건으로 급증했다.

남성의 육아휴직이 늘어나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올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45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7%(89명) 증가했다. 연평균 20명 안팎인 증가 추세에 비춰 보면 4배 이상의 급증세다. 이는 젊은 세대의 ‘실속주의’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육아휴직은 무조건 여자’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남편과 아내 중 급여가 적은 쪽이 육아휴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육아휴직 급여가 2007년부터 월 10만원 오른 것도 육아휴직이 늘어난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과거에 비해 육아휴직을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 할머니·할아버지가 손주를 돌봐 주는 경우가 줄어든 점, 2007년 황금돼지해 여파로 상대적으로 출산이 크게 늘어난 점도 육아휴직을 늘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육아휴직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다. 그나마 육아휴직자 대부분이 대기업 근로자들이어서 저변 확대도 숙제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체에 다니는 김모(33·여)씨는 “규모가 영세한 기업일수록 육아휴직이 인사상 불이익과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모성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직장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은 3세 미만의 영아를 가진 근로자가 1년이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사업주에게 신청할 수 있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요건을 충족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09-08-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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