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도 “학교가 좋아졌어요” 연희中 방과후 학교 비결은

꼴찌도 “학교가 좋아졌어요” 연희中 방과후 학교 비결은

입력 2009-05-09 00:00
수정 2009-05-0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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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15·서울 연희중 2학년)는 열등생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몰라도 남들이 그렇게 불렀다. 성적은 꼴찌. 수업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앉아 있는 시간이 힘겹고 지겨웠다. 그 시간을 이기려 끊임없이 딴짓을 했다. 옆 아이에게 속삭이고 앞자리 학생 머리를 두드렸다. 당연히 교사들은 진하를 문제아로 지목했다. 수업 분위기 흐리는 산만한 아이. 진하에 대한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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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중 방과후학교 공부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8일 대학생 자원봉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희중 방과후학교 공부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8일 대학생 자원봉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 학습+보육

진하는 수업이 끝나기만을 눈빠지게 기다렸다.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고 싶어서다. 그런데 정작 학교를 마치면 할 일이 없었다. 친구들은 대부분 학원에 갔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진하는 학원에 가본 적이 없다.

터덜터덜 집에 가면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는 일 나갔고 어머니는 안 계신다. 밥 차려먹고, 텔레비전 보고, 게임 좀 하고 나면 할 게 없었다. 그저 멍하니 앉아 있다 잠자리에 들었다.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이었다.

그런 진하가 “이제 학교가 너무 좋아졌다.”고 했다. “학교 안 가는 주말이면 아쉽다.”고도 했다. 진하가 변한 건 지난해 2학기부터다. 연희중이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공부방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다.

●교사·대학생 오후8시까지 무료 지도

공부방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고 학습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육과 생활교육, 학습지도가 합쳐진 형태다. 교육 양극화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현재 1·2학년 10명씩 20명이 공부방에 참여하고 있다. 무료다. 정규수업이 끝나면 1시간 동안 대학생 봉사자들이 놀아주며 공부를 돕는다. 이후 교과 담당 교사들은 기초 교과목을 가르친다.

●표정 밝아지고 태도 좋아져

2시간 공부가 끝나면 전담 교사 2명과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오후 8시까지는 자율학습이다. 컴퓨터든, 숙제든, 미술이든 하고 싶은 건 다한다. 말 그대로 자율학습이다.

성적도 조금씩 향상됐다. 꼴찌하던 진하는 5등 정도 올랐다. 학교에 정이 붙기 시작한 게 이유다. 이 학교 황복연 교감은 “그래도 중요한 건 성적이 아니다.”고 했다. “아이들 표정이 밝아지고 생활 태도가 좋아진 게 가장 놀랍고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공부방에는 일방적 입시교육도, 자율학습이라는 이름의 타율학습도 없었다.

임정자 전담교사는 “경쟁이 심해지고 교과학습의 중요성만 강조되고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아이들을 바른 사회인으로 자라게 하는 게 교육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의 한 해 방과후학교 예산은 21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22개 중학교가 운영하는 공부방에 대한 예산은 10억원이 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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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09-05-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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