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1년] 자발적 정치광장 마련… 성격 변질돼 갈등 부르기도

[촛불집회 1년] 자발적 정치광장 마련… 성격 변질돼 갈등 부르기도

입력 2009-05-02 00:00
수정 2009-05-0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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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와 한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요구한 시민들의 자발적 촛불집회가 2일로 1년이 됐다. 먹거리를 걱정하며 촛불을 들고 시작된 집회는 일반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비폭력성 등으로 ‘촛불문화’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후 정치·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촛불이 저항과 압력 수단으로 활용된 경우도 적지 않아 또 다른 논란을 가져 왔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소통문화 코드로 인식되고 있는 촛불집회 1년의 명암을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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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 모인 청소년들이 ‘집회 참가는 사주가 아니라 자발적’이라는 피켓 등을 들고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지난해 5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 모인 청소년들이 ‘집회 참가는 사주가 아니라 자발적’이라는 피켓 등을 들고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촛불이 밝힌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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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촛불의 공과를 가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좌우 진영에서 촛불관련 토론회와 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학생과 주부, 직장인 등 생활인들이 광장으로 몰려 나와 국민 모두가 자발적 참여자가 됐다는 점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그동안 정치사회적으로 약자였던 주부들과 학생들이 촛불의 도화선이 돼 이슈의 전면에 등장했다. 보수진영의 변철환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은 “촛불을 성원하는 국민들의 환호가 열렬해지면서 주도단체들도 뜻하지 않았던 성원을 받았고 멈출 수 없을 정도로 기세가 세차게 흘러갔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는 전국을 뒤흔들었다. 시민들은 촛불집회 3개월여 동안 대의정치에서 참여정치로, 제도정치에서 생활정치로 주권자로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했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경주 국회의원 재보선에 ‘아고라’책의 저자인 시민대표 채수범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도 촛불 정신이 토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는 이를 ‘헌정 애국주의’로 정의내렸다. 신 교수는 “민족에 기반한 기존의 맹목적 내셔널리즘을 벗어나 시민들이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정치적 공동체로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개인,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우리’라는 공동체주의가 싹을 틔웠다는 분석이다.

●촛불이 드리운 그늘

하지만 촛불의 부작용도 만만찮다. 시민축제의 장이 정치적 이념 대립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촛불이 꺼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발적인 국민들의 요구를 이어가고 대안을 마련하기보다 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하는 이른바 ‘반MB 전선’으로 촛불이 확산되면서 불거진 좌우 갈등을 일컫는 대목이다. 촛불집회 막바지 무렵에는 정권퇴진 운동으로 촛불을 이어가야 한다는 정치적 견해도 있었다.

변 대변인은 “애초 순수성이 사라지는 바람에 오히려 국민들의 의견이 정부에 전달되는 길이 차단되고 정부 역시 소통의 움직임을 닫아 버렸다.”고 지적했다.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광우병에 대한 왜곡된 정보, 언론보도 속에서 오히려 누구의 말도 신뢰하지 못하는 등 사회적 권위가 해체됐다.”고 비판했다. 진보진영은 다른 각도에서 촛불의 한계를 들춰 냈다. 촛불의 ‘연대’ 정신을 살리지 못했다는 자성이다. 광우병 위험에 그토록 예민하게 반응했던 촛불이 정작 벼랑 끝 삶을 살고 있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 안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인터넷카페 미친소닷넷의 운영자 백성균씨는 “촛불이 소외계층을 외면한 측면이 있다.”면서 “뒤늦게나마 용산 철거민 같은 서민들을 끌어 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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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09-05-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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