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검거 차등 배점 논란

범인검거 차등 배점 논란

입력 2009-03-03 00:00
수정 2009-03-0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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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2일 서울 서초구 P빌라 지하주차장에서 200억원대 부동산 재벌인 이모(51)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당일 폐쇄회로(CC)TV에 찍힌 용의 차량(흰색 그랜저 XG)을 수배하는 한편 수도권 일대 경찰에 수사 협조도 요청했다. 중국동포들의 살인청부설 등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하지만 아직도 이렇다할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내 경찰서간 수사 공조가 긴밀하지 못한 탓이 크다.

장모(45)씨는 2006년 5월21일 서대문구 대현동 부근에서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을 운전하다 구청 단속반원에 적발됐다. 장씨는 구청의 3차례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주소지에도 살지 않았다. 구청은 경찰에 검거 요청을 했고, 이후 수배령이 내려졌지만 붙잡히지 않고 있다. 붙잡아도 실적에 따른 배점이 크지 않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게 경찰 내부의 얘기다.

경찰이 배점이 높아 승진의 당락을 좌우하는 강력사건 용의자(지명수배)에게는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반면 점수가 낮아 승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반 수배자들의 검거에는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배점이 높은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자 검거에는 경찰내의 공조 수사가 미흡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강력범 검거와 일반 수배자 검거의 실적을 감추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실제로 서울신문이 2일 입수한 경찰의 ‘검거 사범별 배점표’에 따르면 살인(20점), 강도(15점), 강간(10점) 등 강력범죄 수배자는 배점이 높지만 다른 기관에서 검거를 의뢰한 지명통보(1점), 타 기관 수배(0.5점) 등은 점수가 크게 낮은 것으로 확인돼 이같은 현상이 만연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내 모경찰서의 형사과 직원은 “경찰 1명당 보통 20명의 수배자 명단을 갖고 있다.”면서 “살인, 강도 등 점수가 높은 수배자는 경찰서간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검거가 힘들고, 점수가 낮은 타 기관 수배는 별도 팀도 없고 수사할 여력도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직원은 “수배자들은 신호위반, 음주운전, 단순 폭행 등으로 재수 없게 걸리지 않는 한 검거될 일이 없다.”면서 “검거실적 배점이 낮은 부서에는 무더기로 붙잡아 점수를 채우는 등 실적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종웅 변호사는 “범법자를 점수로 환산해 인사에 반영하는 데서 일어나는 폐단”이라면서 “살인 등 정작 필요한 곳은 공조를 안 하고, 집회 참가자 검거 등 민생치안과 상관없는 곳에 경찰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놓고 저울질하는 건 안 된다.”면서 “작은 것도 작게 안 보고 관심을 갖게끔 하는 제도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그것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김승훈 박성국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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