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선종(서거를 뜻하는 천주교 용어)했다.향년 87세.
천주교 서울대교구 고위 관계자는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 추기경이 이날 6시12분 선종했다고 밝혔다.김 추기경의 안구 등 장기는 고인의 뜻에 따라 기증될 예정이다.
앞서 서울대교구 한 관계자는 이날 오후 4시반부터 관계자들이 김 추기경의 임종에 대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서울대교구는 명동성당에서 고인의 장례미사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추기경은 지난해 8월29일부터 건강 악화로 서울 반포동 강남성모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그해 6월11일 조촐한 생일파티가 고인이 세상에 공개된 마지막 모습이다.이후 끊임없이 위독설이 나돌았고 수차례 고비를 넘겼지만 최근에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쇠약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김 추기경은 입원 이후에도 생명연장 장치 사용을 거부해왔으며,의식불명 상태에서 의료진이 매일 응급 처치한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마지막 순간 큰 고통 없이 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주치의였던 강남성모병원 정인식 교수는 “추기경께서는 노환에 따른 폐렴 합병증으로 폐기능이 떨어져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스스로 호흡했다.”면서 “선종때까지 큰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추기경께서는 평소 늘 하시던 말씀대로 임종을 지켜본 교구청 관계자들과 의료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남기고 가셨다.”고 덧붙였다.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며 동시에 한국 사회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고인은 1951년 사제서품을 받았고,초대 마산교구장(1966년)을 거쳐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한 뒤 서울대교구장에 올랐다.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한국인 최초로 추기경에 서임된 김 추기경은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아시아 천주교 주교회의 구성 준비위원장 등을 역임한 뒤 정년(75세)을 넘긴 1998년 서울대교구장에서 은퇴했다.
고인은 자신의 신념을 교회와 현실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헌신했다.핍박받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줄곧 깊은 관심을 가졌던 김 추기경은 독재와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1970년에는 3선 개헌·유신 등 박정희 정권의 독재 행보에 강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정권의 거센 압력 속에서도 성직자로서의 양심과 소신을 지키고자한 고인의 신념에 힘입어 명동성당은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 자리잡았다.
김 추기경은 또 장애인과 사형수·빈민 등을 만나 소외받은 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농민과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서도 노력했다.1987년 ‘도시빈민 사목위원회’를 교구 자문기구로 설립,복지사업에도 힘을 기울였다.
고인은 1999년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난 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등 2권의 책을 발표했다.이 책에서 김 추기경은 “가톨릭 최고의 성직자로서 예수를 만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기도 했다.또 “이웃사랑을 강조하면서도 스스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지 못함으로써 생각과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지 못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여러분과 또한 많은 이들을 위하여.” 지난 1966년 주교서품을 받으면서 사목표어로 정한 이 말 처럼 김 추기경은 자신의 신념을 평생에 걸쳐 실현하고 따뜻한 미소를 남긴 채 떠나갔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김수환 추기경 약력
▲1922년 5월8일(음력) : 대구 출생
▲1941년 : 서울 동성상업학교 졸업 후 일본 동경 상지대 입학
▲1942년 : 상지대 문학부 철학과 진학
▲1944년 : 2차 대전으로 학업 중단
▲1947~51년 : 서울 가톨릭대 신학부 신학전공
▲1951년 : 사제서품 및 대구 대교구 안동 천주교회 주임신부
▲1953년 : 대구 대주교 비서 신부
▲1955~56년 : 대구 대교구 김천시 황금동 천주교회 주임신부
▲1956~63년 : 독일 뮌스터대 대학원 사회학전공
▲1964년 : 주간 가톨릭 시보(현 가톨릭신문) 사장
▲1966년 : 마산교구 주교 서품 및 마산 교구장 착좌
▲1967년 이후 : 교황청 세계 주교 시노드(대의원회의)에 한국대표로 6차례 참석
▲1968년 : 서울 대주교 승품 및 서울 대교구장 착좌
▲1969년 :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추기경 서임
▲1970~75년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1차 역임)
▲1970~73년 : 아시아 천주교 주교회의 구성 준비위원장
▲1975~98년 : 평양교구장 서리
▲1981~87년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2차 역임)
▲1998년 : 서울대교구장 은퇴,아시아 주교회의 공동의장
▲1998~99년 : 실업극복국민운동 공동위원장,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 국민재단 초대 이사장
▲2001년 : 사이언스 북 스타트운동 상임대표
▲2003년 : 생명21운동 홍보대사
▲2009년 2월16일 : 선종
●김수환 추기경의 명예학위
▲1974년 : 서강대 명예문학박사
▲1977년 : 미국 노틀담대 명예법학박사
▲1988년 : 일본 상지대 명예신학박사
▲1990년 : 고려대 명예철학박사,미국 시튼홀대 명예법학박사
▲1994년 : 연세대 명예신학박사
▲1995년 : 대만 푸젠 가톨릭대 명예철학박사
▲1997년 : 필리핀 아테네오대 명예인문학박사
▲1999년 : 서울대 명예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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