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시민만이 민주주의 실현”

“두려움 없는 시민만이 민주주의 실현”

홍지민 기자
입력 2008-09-03 00:00
수정 200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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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씨가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게 했던 일은 없어야 했습니다.”

세계헌법재판소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유타 림바흐(74·여) 독일 전 연방 헌재소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운 시민만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며 국가보안법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윤이상씨 같은 경우 더이상 없어야”

림바흐 전 소장은 한국 사회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분단 경험을 갖고 있는 독일도 (국가보안법과 비슷한)국가안전법이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국가 보호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지만 민주주의가 충분히 안정돼 있다면 이를 제한하는 법률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작곡가 고(故) 윤이상씨를 예로 들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척도는 결국 민주주의의 성숙도인데 한국의 민주주의도 안정됐다고 본다. 윤씨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던 일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9·11 사태 이후 독일에서 테러방지 명목으로 도입된 데이터보호법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이 법은 도청·감청을 가능하게 하고 일정 기간 통화기록을 보관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림바흐 전 소장은 “감청을 통해 국민들의 통화 내용을 정부가 알게 되면 민주주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집단 안전과 기본권 문제가 충돌했는데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폭력 없다면 집회의 자유 보장해야”

촛불집회와 법질서 준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림바흐 전 소장은 “독일은 1968년 학생운동을 거치며 시위문화가 많이 정착됐다. 최근에는 과거 시절의 잘못을 부정하는 신나치주의자들의 시위를 허용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는 등 논란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연방 헌재는 폭력이 없다면 신나치주의 집회도 보장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다.

통독 당시 베를린주 법무부장관이었던 그는 “통일 비용이나 적용가능한 법, 통화 등 예측가능한 문제에 대해 충분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통일에 대한 조언도 곁들였다.

림바흐 전 소장은 헌재의 독립성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임명한다면 자신의 이익을 지지할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되며 공정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뽑느냐보다는 어떻게 독립적인 법관을 만들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와 법원은 독립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방 헌재가 베를린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소도시에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교수 출신으로 1994년 여성 최초로 독일 연방헌재소장을 맡았던 림바흐 전 소장은 이번이 네 번째 방한일 정도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2002년 정년 퇴임한 뒤 독일문화원 회장으로 일했던 그는 1989년 강연을 위해 한국을 처음 찾았고,1998년 헌재창립 10주년 기념으로,2004년 독일문화원 회장 자격으로 한국에 왔다. 같은해 6월에는 평양을 방문해 독일문화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8-09-0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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