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지원비 ‘의혹투성이’

학교운영지원비 ‘의혹투성이’

이경원 기자
입력 2008-05-14 00:00
수정 2008-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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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수업료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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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중학생 학부모 조모(54·여)씨가 되물었다. 조씨는 지금까지 분기별로 학교에 납부해야 하는 ‘학교운영지원비’가 수업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 돈은 의무 납부 사항이 아니었다.“학교에서 자의적으로 걷는다면 적어도 어떻게 쓰였는지 공고는 해야 하지 않나요?”

“교사 수당·비정규직 인건비로 사용”

최근 중학교에서 걷고 있는 운영지원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선학교에서 사용내역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신문이 13일 입수한 서울 A중학교의 ‘2007학년도 세입·세출 결산서’(표 참조)에 따르면 지난해 걷은 운영지원비는 2억 7000만원 규모였다. 학부모들이 학생 1인당 5만 9400원의 비용을 부담한 셈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세출 내역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기부자들로부터 돈을 걷어 놓고 사용처는 공개하지 않는 셈이다. 급식비, 졸업앨범비, 방과후 교육활동비 등 학부모들이 납부하는 ‘수익자부담경비’는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 명시돼 있지만 유독 운영지원비만 사용처가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운영지원비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국가 예산으로 지원되는 교사의 수당과 비정규직 임금 등 인건비가 지원비 세출 내역에 2억 2000만원이나 잡혀 있다는 것이다. 전은자 참교육학부모회 교육자치위원장은 “국가가 지원해야 할 인건비를 운영지원비로 메우고 있는 것”이라면서 “학부모들이 이중으로 세금을 내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운영지원비 인상률, 물가 상승률보다 높아

운영지원비는 학교 재정이 부족할 때 학부모들이 협의해 자율적으로 내는 것이다. 중학교는 헌법상 ‘무상교육’ 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중학교에서 분기마다 고지서를 보내 납부를 종용한다.

운영지원비 책정 과정도 문제투성이다. 초·중등교육법 32조 7항에는 ‘학교운영지원비의 조성·운영 및 사용에 관한 사항’을 학교운영위원회가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교장들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서울의 경우 매년 11월 ‘서울시 국·공립중학교장회’가 열려 적절한 운영비를 책정하고 이를 일괄적으로 적용한다. 정작 학부모들은 비용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알 길이 없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인상률을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영지원비의 실제 인상률은 최근 3년간 소비자 물가상승률 2∼3%보다 많은 5% 정도다.

전은자 위원장은 “학부모들이 운영지원비가 문제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납입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해가 될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로 납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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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8-05-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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